삼성 미래전략실의 '셀프 쇄신' 딜레마..유럽式 경영 부상

쇄신안은 미전실 기능 및 역할 조정이 핵심
특검 수사 이후 3월초엔 윤곽 나올 예정
지주회사 전환없이 계열사 독립 경영 어려워
오너 경영 일반적인 유럽 이사회 방식 가능
  • 등록 2017-02-10 오전 5:00:00

    수정 2017-02-10 오전 5:00:00

삼성이 특검 수사가 끝난 이후 이르면 오는 3월초 미래전략실 해체와 그룹 전반에 대한 쇄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저는 오늘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아직 갈길이 멀고 할일도 많은데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의 허물을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습니다.” 지난 2008년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가진 기자회견 모두 발언이다. 당시 이 회장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경영권 불법승계, 비자금 조성 등을 이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그룹이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9년만에 또 한번 대대적인 쇄신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 △미래전략실 해체 △삼성 특검 이후 차명계좌의 실명 전환에서 발생한 이익금 환원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쇄신안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채용 및 인사 시스템을 포함해 ‘그룹’이라는 기존 구조를 완전히 혁신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해체의 당사자인 미전실이 그룹 단위의 인력 및 기능 조정 등 쇄신안의 로드맵을 만들어야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 때문에 ‘셀프 쇄신’이란 비난을 피하기 위해 미전실 완전 해체 이후 지주회사 전환 이전까지 한시적으로 오너와 각 계열사 이사회가 협력과 견제를 지속하는 유럽식 경영 모델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검 수사 종료 직후 나올 쇄신안은 미전실 주도

삼성 미전실 해체 시점은 지난 6일 오전 삼성전자의 전경련 탈퇴원 제출 직후 이뤄진 입장 발표를 통해 특검 수사 종료 직후로 결정됐다. 특검 수사는 1차 시한이 2월말까지로 황교한 대통령권한대행이 동의하면 30일 더 연장될 수 있다. 따라서 삼성 특검 당시 수사 종료 닷새 뒤 쇄신안이 발표됐던 전례로 볼 때 이번도 3월 초에는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삼성 쇄신의 핵심은 그룹을 총괄·조율하던 미전실의 기능을 각 계열사로 이관하는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전실은 △전략팀(재무·그룹 사업·M&A 담당) △기획팀(대관 업무 담당) △인사지원팀(임원 인사 및 교육 담당) △법무팀(법적 실무 담당) △커뮤니케이션팀(홍보 담당) △경영진단팀(감사 담당) △금융일류화지원팀(금융계열사 전략 담당) 등 7개 팀으로 나눠져있다. 이 중 현 시점에서 미전실 해체 및 쇄신안 준비 작업 등은 정현호 사장이 이끌고 있는 인사지원팀이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부서들은 일단 특검 수사 대응에 총력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지금 미전실 업무의 1순위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뇌물 혐의와 각종 의혹 해소고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전실 3인자인 김종중 전략팀장(사장)도 지난 8일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며 “(미전실 해체 및 조직개편은) 우리가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바 있다. 그러나 향후 삼성 쇄신과 미전실 해체와 관련한 실무적 부분은 미전실이 직접 주도해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삼성 고위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던 업무를 각 계열사로 배분할 기능에 대한 리스트 작성과 인력 재배치 등은 미전실만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전실, 셀프 개혁 논란 피할 쇄신방안 고심

문제는 삼성 쇄신 작업을 해체 대상인 미전실이 주도할 수 밖에 없다는 모순(矛盾)에 있다. 과거 삼성 특검 때도 이건희 회장 퇴진을 제외한 구체적인 쇄신 방안들은 당시 이학수 부회장 등 전략기획실이 주도해 발표했다. 이번에도 미전실이 팀별로 기능과 인력을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 영역별 핵심계열사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전실이 주축이 된 삼성의 쇄신은 ‘셀프 개혁’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 전경련이 쇄신안을 외부기관에 의뢰한 것과 비슷한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추측이란 반론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쇄신안은 삼성의 그룹 단위 채용과 사장단 및 임원 인사, 미전실과 각 계열사 간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등 모두 포함하는데 외부에 맡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쇄신안은 애초 올해 5월 말쯤 청사진이 나올 예정이던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이 결정되기 전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한시적으로 오너 경영이 일반화 된 유럽의 이사회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주회사 체계가 확고한 미국과 달리 가족회사 중심인 유럽은 오너 등이 결정한 사안에 대해 각 기업의 이사회가 세부적으로 검토해 승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유럽 가전업계 강자인 ‘밀레’(Miele)는 비(非) 상장사로 오너 가문 2곳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데도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이사회를 오너 가문 출신 2명과 외부인 3명 등으로 구성, 만장일치가 돼야 통과시키도록 견제 장치를 두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삼성은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미전실 해체는 결국 핵심 계열사로 그 역할을 쪼개서 재배치하는 형태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로서 영역별 컨트롤타워 조직과 각 계열사 이사회 등이 함께 충분히 논의해 결정하는 유럽식 투명경영 방식으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마감]'무난한 옵션만기일'…코스피, 사흘만에 소폭 반등
☞삼성전자, 2017년형 ‘액티브워시’ 신제품 출시
☞삼성 QLED, 독일 인증기관서 '색조 100%' 인증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