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버티다 버티다 폐업합니다"

코로나19 후폭풍 여전... 대학가 상인 폐업 속출
신촌·숙대 상권 상가 공실률 연이은 증가세
대학가 저렴한 가격에 배달 체제 전환도 어려워
  • 등록 2020-11-02 오전 12:10:28

    수정 2020-11-02 오전 7:09:02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임대료가 비싼 1층부터 빠져나가고 있어요”

지난달 29일 오후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과 이화여대 인근 상권. 이곳에는 ‘점포 임대’라는 안내문이 붙은 점포들이 넘쳐났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 3번 출구로부터 직선거리 100m도 안 되는 지점까지만 해도 두 점포 건너 한 점포가 공실이었다. 안경원·패스트푸드점·액세서리 판매점·화장품 가게 등 업종 구분 없이 장기화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버티지 못한 채 쓰러졌다.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커피전문점도 코로나19 후폭풍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 수순을 밟았다.

대학들이 전면 비대면 강의를 채택한 지난 1학기와는 달리 2학기에는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혼용한 강의가 이뤄졌지만, 상권이 활기를 되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화여대 인근에서 5년째 두부 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신모(49)씨는 “대학가 상권이라 학생들이 주요 고객이다. 올해 1학기부터 지금까지 등교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가게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이화여대 근처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곳인데 (중국인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1층 화장품 가게들은 대부분 폐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은행에서 더는 대출받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나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화여대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상인들이 나가지를 못해서 안달이 난 상황"이라며 "상권에 사람이 없다보니 이곳에 와서 장사하겠다는 사람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지난 29일 이화여대 인근 상권에는 '임대문의'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은 공실들로 가득하다.(왼쪽), 숙대 상권 내 공실.(오른쪽) (사진=고정삼 기자)
숙대 상권 공실률 8배 증가...대학가 폐업 점포 속출

코로나19의 여파로 대학가 상권의 상가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대학들이 감염 우려로 2학기 강의를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기존에 줄었던 유동인구가 회복되지 못한 탓이다. 전적으로 학생 수요에 의존하는 대학가 상권의 인근 자영업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날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인근 상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숙명여대 정문으로부터 내려오는 길을 따라 형성된 상가에는 떡볶이 가게, 마라탕 판매점, 쌀국수집 등 군데군데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은 공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오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가게들도 다수였다.

인근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숙명여대 상권은 다른 대학가 상권과는 달리 서울역에서 나오는 지상 철길에 가로막혀 반쪽짜리 상권에 불과하다”며 “절대적으로 학생 수요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등교를 하지 않다 보니 상권이 많이 죽었다. 작년과 비교하면 점포를 내놓는 상인들이 20~30%는 더 늘었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감정원(감정원)이 발표한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신촌 상권 중대형 상가(3층 이상 또는 면적 330㎡ 초과)의 지난 3분기(7~9월) 공실률은 12.0%를 기록했다.

공실률 집계를 시작한 지난해 4분기(9.1%)부터 올해 1분기(10.3%), 2분기(10.5%) 등 지속 증가하고 있다. 숙명여대 상권 중대형 상가의 경우 지난 3분기 공실률은 5.6%로 지난해 4분기 대비 8배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학들이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전환함에 따라 대학가 상권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화여대 (왼쪽) 인근 상권과 숙명여대 인근 상권의 한산한 모습. (사진=고정삼 기자)
대학가 상인들, 배달 수요 잡기도 어려워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올해 음식업종은 배달중심으로 많이 전환했다.

하지만 대학가 인근 상인들은 배달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배달 수요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상권의 특성상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기 때문에 배달 체제를 도입하면 마진율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27년간 숙명여대 인근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칼국숫집도 방문 고객이 3분의 2가량 줄었지만 배달은 하지 않고 있다. 이곳의 직원 강모(56)씨는 “식당 판매대신 배달을 하려고 컨설팅도 받았지만 현재 음식 가격에서 배달 수수료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고 푸념했다.

해당 상권에서 21년째 한식집을 운영해온 박모(67)씨도 “한식 특성상 상차림 반찬만 7~8개가 포함되기 때문에 배달에 어려움이 크다”며 “온라인 강의로 이뤄지면서 원룸에서 자취하던 학생들도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전반적으로 공실률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해당 상권은 학생 수요에 의존하는 곳인 만큼 온라인 강의로의 전환 등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가 공실률을 높인 요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스냅타임 고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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