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원순씨의 진땀 나는 ‘옥탑 일기’

옥탑방에서 '111년만의 폭염' 맞은 서울시장
"강북 문제,직접 살며 찾을 것"..지난달 말 옥탑방 입주
살인적 더위에 '건강 우려' 솔솔
일각에선 "대권 노린 쇼" 비판도
  • 등록 2018-08-02 오전 6:16:00

    수정 2018-08-02 오전 8:09:43

서울 강북구 삼양동 조립식 건축물 2층 옥탑방(방 2개, 면적 30.24㎡)에서 ‘강북 한 달 살이’를 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이 부인 강난희 여사와 나란히 앉아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서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옥탑방 생활을 스스로 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살인적인 폭염이다. 1일 서울 낮기온은 기상 관측 111년 이래 최고치인 39.6도를 기록했다. 박 시장은 이날 밤에도 옥탑방에서 선풍기 한 대만 갖고 무더위와 사투했다. 시민과의 약속이니 만큼 예정된 한 달을 채울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권을 노린 ‘쇼’라는 비판에서부터 1000만 시민의 수장의 건강이 상하면 결국 시민의 피해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2일 박 시장은 “실제 살아봐야만 알 수 있는 삶의 문제를 찾고 그 해법도 찾겠다”며 이달 18일까지 한 달 일정으로 강북구 삼양동의 2층 조립식 건물 옥탑방에 입주했다. 박 시장의 ‘서민 행보’는 매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그의 SNS 계정에는 박 시장이 장을 보거나 길거리 청소를 하는 장면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모습 등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옥탑방에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조차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선풍기 한 대를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시장은 8월 첫날 아침에도 삼양동 옥탑방을 나서 서울시청사에 출근해 일상적인 업무를 봤다. 저녁에 외부 일정 없이 다시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워낙 더워 저녁 내내 주로 옥탑 밖 평상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날 저녁에도 인근 주민들이 옥탑을 찾아와 시장과 민생 관련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염이 앞으로 몇 주간 계속 이어질 예정이지만 박 시장은 18일 전에 옥탑방에서 나올 계획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님이 지난 지방선거 당시 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한 달 동안 살겠다’고 약속한 만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라도 한 달을 채우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1000만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중요한 자리인데 에어컨도 안 나오는 옥탑방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하면 업무 능률도 오르지 않을 뿐더러, 만약 건강까지 상한다면 과연 누구의 손해냐는 것이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살고 있는 김용훈(가명)씨는 “복잡한 시정을 주관하는 최고 책임자로 밤새 더위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지친 몸으로 출근해 시정을 소화하는 것과 쾌적하게 잠들어 피로를 회복한 다음 좋은 컨디션으로 출근해 시정을 소화하는 것, 두 가지 중에 어느 것이 더 시민들에게 긍정적일까”라며 “‘무더위에 고생하는 서민적인 정치인’이라는 사진 한장으로 남을 것인데, 결국 이를 노린 것 아니겠냐”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건강을 염려하기엔 박 시장의 건강 상태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박 시장의 옥탑방 살이를 두고 ‘쇼’라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박 시장의)옥탑방 생활은 완전 신파 코미디”라며 포문을 연 이후, 30일에는 박 시장이 전복죽을 먹은 것을 가리켜 “서민 체험을 하는 거면 제대로 하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국회 조찬 간담회 때 준비하는 죽과 같은 것인데 국회는 매일 보좌진을 동원해 황제 식사를 한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한 인터뷰에서 “쇼라고 비판하는 분들은 좀 과도하다. 오히려 시장이 집무실이나 편안한 관저에만 머물러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잘못된 것 아니겠나”라고 박 시장을 옹호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이 일종의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건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튀는’ 행보는 6·13 지방선거를 마친 한 달여 뒤인 지난달부터 본격 시작됐다. 박 시장은 지난달 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시장포럼’에 참석해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할 것”이라며 “여의도 전체를 새로운 업무와 주택지로 바꿔 활력을 불어넣고 신도시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돌발 발언을 했다. 발언 이후 서울 강남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하자, 부동산 정책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대형 개발계획은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그러나 박 시장은 “여의도 도시계획은 전적으로 서울시장의 권한”이라고 반격했다.

박 시장은 재임 기간 동안 소규모 도시재생 사업에 중점을 뒀으며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쪽은 거의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나 박 시장의 여의도 개발 계획은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각종 뉴타운 개발 공약으로 대권주자로서 승부를 걸었던 때를 연상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현재 여권 대권주자 0순위인 박 시장으로선 개발을 통한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시장의 잇단 행보를 두고 쇼냐, 아니냐 여부에 집중하는 것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서울시민을 돕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지에 주목해야 한다”며 “예컨대 (박 시장이) 폭염 피난처 같은 것을 몇 가구당 하나씩 설치한다는 등 실질적인 결과물을 이번 옥탑방 체험을 통해 내놓는다면 ‘강북 한 달 살이’는 쇼가 아닌 것이고, 내놓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 쇼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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