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관피아 척결 악역은 내 운명"

공직 첫발 디딘 최성광 인사처 취업심사과장
세월호 참사 계기로 공직개방 돼 관가 입문
"각자의 책무 저버리면 제2의 세월호 또 터져"
  • 등록 2015-04-16 오전 7:00:00

    수정 2015-04-16 오전 9:22:18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인사혁신처(인사처) 취업심사과장을 맡고 있는 최성광(56)씨는 최업심사과 사상 첫 민간 출신 과장이다. 취업심사과는 퇴직공무원 재취업심사 업무를 총괄하는 요직이다. 평생을 민간에서 일해온 최 과장이 공직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세월호 참사다. 최 과장은 지난 달 2일 공직에 발을 디뎠다. 이전까지 30년간 OCI 등 민간기업에서 인사·총무·노사협력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해말 출범한 인사처는 초대 처장에 이근면 삼성광통신 경영고문을 임명하고, 주요 보직을 민간에 개방했다. 취업심사과장직도 민간에서 지원할 수 있는 개방형직위(서기관·임기 3년)로 바뀌었다. 민간인 출신을 영입해 세월호 참사의 원흉 중 하나로 지목된 관피아(관료+마피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인사혁신처는 민관유착·관피아 방지 차원에서 합리적인 인사를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거잖아요. 그런 취지가 취업심사과장직에도 반영됐어요. 그러다보니 공무원들이 맡기에는 꺼려지는 면이 있죠. 일종의 ‘악역’ 역할을 해야 하는 보직입니다.”

최 과장은 악역을 맡게 된 게 ‘운명’이라고 했다. 최 과장은 지난해 퇴직 이후 지인들 사업에 대한 경영 컨설팅을 하며 구직 중이었다. 지난해 12월 헤드헌팅 업체로부터 공모 소식을 이메일로 전달받고 지원서를 작성해 보냈다. 낙방했다.

올해 1월 재공모 공지가 떴다. 재도전했다. 경영 컨설팅 업무 일정과 겹치지 않은 덕에 서류, 면접시험까지 일사천리였다. 운이 좋았다. 하지만 공직에 발을 디딘 후 맡게 된 업무는 결코 쉽지 않다. 지난달 31일 공직자윤리법(관피아 방지법)이 강화되면서 취업심사 역시 깐깐해졌다. 퇴직 공직자가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 기관은 1만 5033개로 늘어났다. 업무 연관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소속 부서에서 소속 기관으로 확대됐다.

특히, 강화된 법 시행을 앞두고 ‘막차’를 타려는 퇴직 공무원들이 몰려 지난 달 20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 건수는 전달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정부·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공직자윤리위는 6명만 취업제한을 하고 나머지 41명은 재취업 승인을 해줬다.

지난달 26일 이 같은 취업 심사결과가 공개된 뒤 최 과장의 전화에 불이 났다. 취업심사에 떨어진 퇴직자들로부터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언론에서는 ‘관피아 척결 여망을 저버린 공직자윤리위’는 비난이 쏟아졌다. 재취업을 놓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공무원 측과 민관유착 척결 등을 요구하는 여론 사이에서 ‘심사 공정성’을 유지하는 게 최 과장 앞에 놓인 난제다.

“공직에 들어와 보니 훌륭한 인재들이 참 많아요. 문제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법, 제도의 취지가 소위 복지부동이나 개인의 이기심으로 퇴색되지 않고 다음 세대로 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이 바로 잡혀야 합니다. 각자의 책무를 내팽겨치다 보면 또 다른 곳에서 제2의 세월호 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2일 최성광 인사혁신처 취업심사과장은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사진=인사혁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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