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 세무조사 지시자도 미신고자도 징역형…‘김제동법’ 검토

기재부 “법제화 제안한 국세청 연구용역 장기적 검토”
최대 5년 징역, 태광실업·촛불집회 세무조사 폐단 근절
야당 찬성하지만 국회 파행, 여당 난색에 처리 불투명
학계 “이대로 가면 또 반복, 내년 개혁입법 추진해야”
  • 등록 2019-12-26 오전 6:00:00

    수정 2019-12-26 오후 2:35:27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걷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은 참여정부 당시 모습. 더불어민주당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치보복 세무조사에 징역형을 부여하는 방안이 중장기 과제로 검토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등 과거 정권을 겨냥해 보복성 세무조사가 이뤄졌던 폐단을 제도적으로 근절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국회가 파행 상태이고 여당에선 과잉 입법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본회의 통과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학계, 시민단체에선 내년 총선 이후 세무조사 독립성·공정성 확보를 위한 개혁 법안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靑·국회의원 부당지시에 징역 5년”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세청이 한국세무학회에 의뢰한 ‘세무조사의 독립성 확보 조항 도입에 관한 연구’(책임자 이전오 성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검토한 결과 이같이 결론 내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련 법 개정 여부에 대해 “국세청 연구용역에서 제안한 세무조사의 독립성 확보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관련 입법을 전제로 할 때 연구용역 결론은 부당한 세무조사를 일벌백계하는 내용으로 국세기본법, 조세범 처벌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부당한 정치보복 세무조사는 규정된 조사권을 남용해 정치적 의도에 따라 특정기업을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하는 경우 등으로 정의했다.

연구진은 “미국의 입법례처럼 세무공무원에게 부당한 세무조사를 지시한 고위공무원 등과 그러한 지시를 받고도 그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세무공무원을 모두 형사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부당한 세무조사를 지시한 고위공무원 등은 5년 이하의 징역 및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세무공무원은 3년 이하의 징역 및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고위직은 국세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 국무총리 등 행정부 고위공무원, 국회의원 및 청와대·의원실 직원으로, 관련 신고 접수청은 감사원·국민권익위원회·국세청 감사관실 등으로 정했다.

연구진은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강도 형사처벌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 사례를 볼 때 세무조사에 대한 외압을 효과적으로 찾아내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정치적 세무조사를 적발하기 위해선 세무공무원에게 신고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017년 11월 국세청 국세행정 개혁태스크포스(TF·단장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62건의 세무조사를 점검한 결과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졌던 ‘박연차 게이트’의 시발점인 태광실업 세무조사(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여한 김제동·윤도현 씨가 소속된 다음기획에 대한 세무조사(2009년·2011년)의 경우 조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례라고 밝혔다.

TF는 세무조사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금지하는 방안의 법제화를 권고했다.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위원인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외압, 권력관계, 개인의 출세 등을 위해 정치적 세무조사가 이뤄지는 나쁜 선례를 방지하는 취지”라며 “형사처벌 규정을 명시해 법제화가 되면 공무원들이 먼저 ‘감옥갈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도 이 같은 개혁법에 공감하는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적법한 세무조사 대상 선정 절차를 벗어난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특정 법인에 대한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 또는 중지 지시를 받으면 서면신고 의무화 △신고하지 않은 공무원에 정직 이상 중징계 내용을 담은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 없으면 폐단 반복될 것”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이 같은 개혁 법안이 처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는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를 놓고 파행을 빚고 있는 상태다. 여당도 뒷짐을 지고 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3일 국회 기재위 기획재정소위에서 추 의원의 법안에 대해 “지금 어느 국회의원이나 어떤 홍길동이 전화해서 세무조사를 하라 마라 하는 것이 없다”며 “과잉 입법”이라고 말했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지난 10월 국세청 국감에서 “용역보고서에서 제시한 방안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있고, 미국에서만 도입된 제도인 점을 감안해 중장기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국세기본법, 부정청탁금지법 등이 있으므로 그런 법을 준수하면서 내실 있게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정치보복 세무조사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려면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04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당한 세무조사를 지시한 국세청장이 형법 직권남용죄로 처벌 받았다. 하지만 청와대·국회의원이 정치보복성 세무조사를 요구할 경우 현행 국세기본법과 형법 직권남용죄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적용 시 과태료 정도만 부과할 수 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현재는 정치적 세무조사를 해도 처벌 수준이 미미해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라며 “여당이 정치적 세무조사가 없다고 하지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놓지 않으면 과거와 같은 폐단이 반복될 것이다. 총선 이후에라도 개혁 입법으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로 징수한 세액이 매년 6조원 안팎이다. 단위=조원. [그래픽=이데일리 조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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