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기문의 대권도전 언급이 남긴 과제

  • 등록 2016-05-31 오전 4:00:00

    수정 2016-05-31 오전 4:00:00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의 대권도전 의사를 남긴 채 방한 일정을 모두 마치고 어제 뉴욕으로 귀환했다. 지난 25일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관훈클럽 간담회를 통해 대권 의사를 표시한 데 이어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예방했는가 하면 전직 총리·장관들과 모임을 갖는 등 광폭 행보를 과시한 일정이었다. 그의 유엔 사무총장 임기 중 마지막으로 이뤄진 방한이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 만했다.

이제 관심사는 그의 대권도전 의사가 앞으로 정치권 지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여야의 반응이 엇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여권에서도 친박계가 그를 대권 후보로 옹립하려는 음직임을 보여주는 반면 비박계는 시큰둥한 편이다. 야권의 분위기는 더하다. “반 사무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이 시궁창에 버리는 이름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의 언급이 대표적이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반 사무총장은 자신의 발언이 잘못 해석됐다며 과잉 추측을 경계하고 떠나갔다. 하지만 발언 수위가 과거와 훨씬 다르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미 그의 존재감은 내년 대선에서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작용하고 있다. 긴급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그가 다른 여야 후보들을 제치고 우월한 차이로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정치참여 의사를 부인하는 자체가 하나의 제스처로 비쳐질 뿐이다.

그가 지금껏 외교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유엔 사무총장에까지 올랐다는 점에서는 가히 독보적 위치라 할 만하다. 그의 다양한 경험을 국정에 적용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 수긍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정책도 갈수록 국제 문제에 연동되는 추세에 있다. 정치판에서 이전투구로 지내온 다른 잠재적 후보들보다 사고방식이 유연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 정치는 단순히 바깥에서 관찰하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더구나 반 사무총장이 유엔 임기를 마치려면 앞으로도 7개월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 반 사무총장이 스스로 운을 뗀 만큼 정치권의 후속 움직임이 가속화되겠지만 아직 본격적인 진용 갖추기는 금물이다. 지금으로서는 그가 앞으로 남은 임기를 제대로 마치도록 도와주는 것이 같은 국민으로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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