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늘자 식재료 가격 들썩…코로나발 애그플레이션 ‘경고등’

‘집밥’ 수요 증가에…배추·소고기 등 가격 상승세
FAO “식량 이동 중단 시 심각한 영향 미칠 수도”
“재고 풍부해…당장 식량위기 걱정 단계는 아냐”
  • 등록 2020-04-09 오전 5:00:00

    수정 2020-04-09 오전 5:00:00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계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 여파에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이동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안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집밥’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각국이 해외 출입 금지와 수출 제한 등을 내걸면서 세계 식량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농산물 가격이 물가 상승을 주도해 경기 침체를 가져오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우려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농축산물, 소비자물가 상승 주도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0% 올라 3개월째 1%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감소와 저유가가 맞물려 물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물가가 상승세를 보인 이유는 농식품 분야의 강세 영향이 컸다. 지난달 농축수산물과 신선식품지수는 1년새 각각 3.2%, 3.8% 상승했다. 외식은 물론 재택근무, 개학연기 여파로 구내식당이나 학교 급식 등이 줄고 가정 내에서 ‘집밥’ 소비가 늘어나면서 식품 분야 가격이 올랐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 발달하면서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신선한 농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도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2월 온라인 쇼핑동향 통계에서 식품 거래액은 1조9350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77.7%나 급증했다.

소매시장에서는 식재료 수요가 많은 채소류와 축산물 가격이 강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6일 기준 배추와 양배추 한 포기(상품 기준)의 소매가격은 각각 4439원, 4989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6.7%, 104.1%씩 상승했다. 1년 새 가격이 두 배 가량 뛴 것이다. 평년에 비해서도 30~50% 비싼 수준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올 초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던 돼지고기 가격도 오름세다. 1~2월 1만6000원대(kg당·중품 기준)에 머물던 냉장 삼겹살 가격은 6일 1만9151원까지 뛰었다. 약 1만8000원인 평년 시세보다도 높다. 한우 안심과 등심 1등급 가격(kg당)은 각각 11만6664원, 9만507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13.5%, 14.9% 올랐다.

계란의 3월 소매가격은 5433원(30개·특란·중품 기준)으로 1년 전(5125원)보다 6% 가량 올랐다. 평년 가격(5408원)보다도 조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산란계 마릿수를 조절하면서 계란 공급이 다소 줄어든 반면 가정 소비는 늘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韓 곡물자급률 23% 그쳐…수급 차질 우려

세계 식량가격도 변동폭이 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입 제한 조치로 유통망이 끊겨 가격이 하락한 곳이 있는 반면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해 오른 경우도 있다.

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3월 쌀 가격지수는 2018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계 쌀 소비량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인디카쌀(안남미)은 베트남 등 주요 생산국의 수출 중단으로 가격이 올랐다. 돼지고기도 중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며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FAO는 코로나19에 따른 물류 제한 조치로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취동위 FAO 사무총장은 지난달 26일 G20 온라인 회의에서 “이동 제한으로 국내외 식량 생산·가공·유통·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며 “이동성이 제한된 사람들에게 즉각적이고 심각한(immediate and severe)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국가별로 필요 품목을 생산하는 분업 체계가 정착된 상태여서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이 차단될 경우 식량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도 2017년 기준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3.4%에 그친다. 쌀(94.5%)과 서류(95.2%) 자급률만 넉넉할 뿐 보리쌀(24.9%), 밀(0.9%), 옥수수(0.8%) 등은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경 봉쇄가 지속되면 식량 수급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식량 가격이 오를 수는 있지만 전방위로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애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과거에는 식량부족으로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했지만 현재 곡물 재고가 예상 소비량의 30%에 달할 정도로 충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장은 “현재 국제식량 수급에서는 큰 문제가 없고 무역 제한 조치가 취약계층·국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정도”라며 “최악의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대응을) 검토해야겠지만 당장 식량 위기가 올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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