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률 8년만에 최저..전세시장 안정 신호탄?

전세시장 향방 놓고 전문가 시각 엇갈려
"1월 2만3000가구..내년까지 입주 몰려
월세 선호 현상 겹쳐 가파른 상승 없을 것"
"대출규제로 집값하락 점친 수요자들
전세로 대거 전환하면서 가격 오를 것"
  • 등록 2017-02-07 오전 5:30:00

    수정 2017-02-07 오전 7:58:29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서울 성동구 왕십리동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정모(52·여)씨는 이달 전세기간 만료를 앞두고 이삿집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일대에서 비교적 신축 아파트로 입주를 눈여겨보고 있던 ‘텐즈힐’(왕십리뉴타운 1구역 재개발 단지) 전용면적 84㎡형 전셋값이 불과 한 달 새 2000만원 가량 떨어져서다. 하왕십리동에서 2529가구 규모의 센트라스(왕십리뉴타운 3구역) 입주로 전세 매물이 쏟아지면서 인근 아파트 전셋값까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정씨는 “현재 전셋값에 조금 더 보태야 하긴 하지만 지금이 새 아파트에 저렴하게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 계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본격적인 봄 이사철이 시작되지만 요즘 전세시장은 예년 이맘 때 반복되던 전세난과는 다른 모습이다. 입주 물량이 몰리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떨어지는가 하면 전국적으로도 지난달 전셋값 상승률은 최근 8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전셋값 상승폭 둔화가 전세시장이 장기적 안정세로 접어드는 전조라는 분석과 올해 매매시장 위축으로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풀 꺾인 전셋값 상승세… 입주 물량 증가 영향

6일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04% 올라 2009년 1월(-1.21%)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서울도 지난달 전셋값 상승률이 0.06%에 그치며 전년 동기(0.36%) 대비 오름폭이 크게 줄었다. 통상 홀수해의 전셋값이 짝수해보다 크게 오르는 ‘홀수해 효과’도 최근 전세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 같은 전셋값 약세는 올 들어 큰 폭으로 늘어난 입주 물량의 영향이 크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모두 2만3578가구에 달해 2010년 이후 동월 대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는 매물이 늘면서 결국 주변 전셋값까지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실제 지난해 들어 11월까지 꾸준히 오르던 성동구 전셋값은 대규모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한 12월 소폭 하락세(3.3㎡당 1459만→1455만원)로 돌아섰다. 지난달 3658가구 규모의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가 입주에 나선 강동구 역시 전셋값이 12월 기준 3.3㎡당 1145만원에서 지난달 1131만원으로 떨어졌다.

이달에는 지난달보다 50% 이상 늘어난 3만 5608가구가 전국에서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8720가구로 입주물량이 가장 많고 이어 충남(5145가구), 경남(3922가구), 경북(3792가구), 서울(3456가구) 순이다.

금리 인상 영향으로 전세 수요가 줄어든 것도 전셋값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발 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증가한 이자 부담에 준전세 등 월세시장으로 유입되는 임차 수요가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지난해 10월 31.2%까지 떨어졌던 월세 거래 비중은 지난 1월 33.5%까지 커졌다.

“전세시장 안정세 지속” vs “일시적 현상”

이 같은 전셋값 상승폭 둔화를 놓고 올해 전세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까지 입주 물량이 많아 전세시장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도 “입주 물량이 늘어난 데 더해 지난 2년간 전셋값이 크게 올라 전월세 시장에서 임차인들의 월세에 대한 수용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올해 전세시장 안정화에 무게를 실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대출 규제와 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얼어붙은 주택 매매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매맷값 하락을 우려한 수요자들이 전세로 몰리면서 전셋값 상승폭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한국감정원이 전국 공인중개사 2000여명을 대상으로 주택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전셋값 상승을 점친 중개사의 56.7%가 그 원인으로 매맷값 하락 우려에 따른 전세 수요 증가를 꼽았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지난해는 매매시장의 호황으로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많았다면 올해는 매맷값 하락을 예상해 전세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전셋값 약세는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와 지역에 따라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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