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앞에 선 삼성물산 합병]②고법 논리면 삼성물산 경영진은 배임?

"고법 논리라면 주주대표소송으로 경영진 배임죄 물을 수 있어"
"의심·추정·의혹에 근거한 고법 결정, 설득력 떨어져" 지적도
"법원 재량권 널리 인정되는 비송사건에선 삼성물산이 적극 소명해야"
  • 등록 2016-06-07 오전 6:30:00

    수정 2016-06-07 오전 8:09:41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자본시장법 전문가들은 ‘이건희·이재용 등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의도된 것일 수 있다’는 서울고등법원의 결정 논리는 결국 제일모직과의 합병 전 삼성물산 경영진은 회사에 대해 배임을 했다는 논리로 귀결된다고 설명한다. 회사 입장에선 경영진에게 업무를 위탁하면서 최대한 이윤을 극대화할 것을 주문했는데 고의로 낮은 주가를 형성하기 위해 소극적인 주택공급, 일감 관계사에 넘겨주기 등 ‘경영 태업’을 함으로써 회사에 손실을 끼쳤으니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배임죄는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할 책임이 있는 자가 업무를 위임한 자에게 손실을 끼쳤을 때 성립되는데 소액주주는 경영진에게 직접 업무를 위임하진 않기 때문에 ‘경영 태업’으로 주가가 떨어졌다고 주주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보긴 어렵다. 고의로 이익 극대화를 포기한 데 대해 회사가 경영진에게 배임죄를 물을 수도 있지만 회사라는 조직도 경영진이 장악하고 있어 경영진 본인이 자기 자신에게 배임죄를 묻는 형국이 된다. 이 때문에 주주들이 회사를 대표해 간접적으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 현행 상법상 상장사는 전체 주식의 0.01% 이상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라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해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절차가 가능하려면 우선 고법의 결정에 논리적 흠결이 없어야 한다.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의도된 것일 수 있다’는 논리를 이끌어낸 고법의 증거가 대부분 언론보도나 증권사 연구원이 낸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의심이나 추정이란 점은 법원 결정의 무게감을 가볍게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법원은 ‘합병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로 이씨 등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언론과 증권사는 삼성물산 실적 부진이 의도된 것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가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등 주장을 도출하기 위해 지나치게 의심하고 추정하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확한 증거가 없더라도 논리를 합리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가 있고 자료 수집의 책임과 권능이 법원에 있는 비송사건에선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 증거의 범위는 넓을 수 있다. 그럼에도 추정과 의심을 위주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순 없다. 한 자본시장법 전문 변호사는 “고법이 인용한 언론보도나 증권사 리포트 등은 합리적인 의심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가 아니라 전문적 판단을 요하는 법원의 논거로 쓸만한 정도의 확증을 가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고법이 이렇게 의심, 추정, 의혹을 토대로 결정한 것은 삼성물산이 법원에 성실히 소명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비송사건에서 사실로 규정되는 데는 법원의 재량권이 널리 인정되기 때문에 삼성물산이 적극적으로 소명해 법원을 설득할 필요는 있는 것이다.

고법은 결정문에서 삼성물산 시공 물량을 관계사 삼성엔지니어링에 넘긴 것에 대해 “공사 전문성을 확보한 업체로 주관 업체가 변경됐다는 일반적 주장만 했을 뿐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데 대해서는 “(삼성물산이) 제출한 자료들은 주장하는 바와 같은 통상적인 경영판단과 불가피한 외부 사정이 있었다는 점에 관해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되기 부족하다”고 언급하는 등 삼성물산으로부터 근거 자료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 추가적인 소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고등법원 판결에도 자료는 충분히 제공됐다고 보지만 앞으로 대법원 항고심에선 필요하면 추가 자료를 충분히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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