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보다 가입자 관심이 더 절실"…日 은퇴전문가의 조언

1일 퇴직연금 제도도입 14주년…도입에서 성숙으로 갈 때
우리보다 제도 먼저 도입하고 고민한 일본 교훈은
양국 은퇴전문가 `하타 조우지·강창희` 대담 인터뷰
"DB→DC 흐름 불가피…최대 현안은 가입자 관심 키워야"
  • 등록 2019-12-03 오전 2:30:00

    수정 2019-12-03 오전 2:30:00

하타 조우지(왼쪽) DC연금종합연구소 이사장과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회사가 퇴직연금을 챙겨주는 시대(확정 급여·DB)는 저물어 가고, 가입자 스스로 퇴직연금을 길러야 하는 날(확정 기여·DC)이 밝아오고 있다. 문제는 퇴직연금 운용 책임이 기업과 가입자 어느 한 쪽에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의 지형이 바뀌는 동안 기업의 `관리`와 직원의 `관심`이 동시에 부재한 공백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크다. 공백을 제때 제대로 메우지 못하면 제도는 부유(浮遊·방향 없이 이리저리 떠돎)하고, 개개인 노후는 부유(富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4년 앞서 제도를 도입한 일본도 먼저 했던 고민이다. 일본 DC연금종합연구소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2013년 설립했다. 연구소를 이끄는 하타 조우지 이사장은 “일본에서 DC 퇴직연금을 관리하지 않는 기업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한 직원의 무관심”이라며 “(가입자 가운데) 무관심층을 관심층으로 끌어내기 위해 기업뿐 아니라 사회가 나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로 도입 14주년을 맞은 한국 퇴직연금제도가 `정착에서 성숙으로` 단계를 전환하는 길을 모색하고자 하타 이사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달 29일 국내 대표 은퇴전문가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가 묻고, 하타 조우지 이사장이 답하는 컨퍼런스콜 대담 형식으로 진행했다.

강창희 대표(이하 강)=한국에서 DC형을 도입한 기업은 퇴직연금을 경영 과제로 보지 않는다. DB형은 운용을 잘못하면 기업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DC형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은 DC형 관리에 적극적인 편인가.

하타조지 이사장(이하 하타)=일본 기업도 비슷한 인식이 있지만 손을 떼지 않는다. 우선 법으로 매년 운용교육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기 때문에 무시하지 못한다. 최근 조사를 보면, 퇴직연금 도입 기업의 직원 대상 평생 교육 실시율은 74%다.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은 82%가 교육을 하고 있다. 적어도 이 정도 기업은 직원을 외면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재무 부담을 덜었으니 교육 비용은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착해가고 있다. 아울러 교육을 소홀히 하면 받게 될 사회적인 시선도 의식한다. 일부 기업은 은행 등 금융사에서 인력를 스카우트한다. 일본의 고용문화는 기본적으로 평생직장 개념이다. 퇴직연금 때문에 이직이 이뤄지는 것은 이런 문화에서 이례적이다.

강=결국은 경영자의 의지 문제일 텐데 한국은 이런 부분이 부족한 듯하다. 실례로, 퇴직연금 전담 부서를 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타=물론 모든 일본 경영자가 퇴직연금 관리에 관심을 쏟는 것은 아니고, 퇴직연금 전담부서를 두는 기업이 많지 않다. 기업 퇴직연금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경영자가 퇴직연금에 관심이 없다는 답변이 전체의 75%였다. 이제 우리는 회사의 교육 책임 의무를 양적인 부분보다 질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예컨대 회사나 경영자에 대한 불이익을 주던지, 게이단렌(경제인연합회)을 통해 회원 간 자체 규정을 만드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후생노동성과 보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강=한국은 대부분 기업의 퇴직 연금 업무가 인사·재무 등 부서에서 부차적으로 이뤄져 담당자를 파악하기도 어려워 업무상 애로를 파악하기 조차 힘들다. 일본 기업에서 퇴직연금 담당자의 애로는 무엇인가.

하타=기업 담당자 대부분은 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애착을 갖는 편이다. 이들이 공통으로 언급하는 최대 현안은 `퇴직연금 무관심층을 관심층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어떤 기업의 담당자는 직원의 관심이 적어서 때론 무력감을 느낀다고 한다. 직원 대상 교육을 하면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퇴직연금 운용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비중은 가입자의 30% 안팎이다. 이 비중을 어떻게 늘릴지가 기업 담당자 고민이다. 이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게 연구소 역할이다.

강=한국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릴 방법을 고민을 하는데, 일본은 가입자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길을 고민하는 점에서 다른 것 같다. 수익률이 아닌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해법이 더 근본적인 접근인 것 같다. 가입자 관심을 끌어내고자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나.

하타=자극이 필요하다. 어떤 회사는 사내 게시판에 상위·평균·하위 퇴직연금 수익률을 공시해 비교한다. 물론 익명으로 하지만, 당사자가 스스로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 어떤 회사는 어렵거나 복잡한 제도 얘기를 쉽게 풀어가려고 노력한다. 그러려고 유명인을 강사로 데려와 일단 주의를 끄는 데 집중한다. 일단 관심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본은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연금의 중요성을 부각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퇴직연금을 굴리지 않으면 자산을 늘리기 어렵다는 분위기를 잡는 게 중요하다.

강=저금리 시대에 원금 보장형을 고집해서는 자산 늘리기 어렵다는 데 동의한다. 한국은 아직 퇴직연금 90%가 원리금 보장형이다. 인식을 전환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하타=일본은 전체 퇴직연금의 50% 정도가 원리금 비보장형이다. 시장에 대한 믿음을 갖지 않으면 어렵다. 그러나 시황보다 중요한 것은 설득이다. 일본 시장도 항상 좋은 게 아니다. 그래도 시장이 어려울 때 매수를 늘리고, 투자 지역을 분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일본은 미국과 달리 `성공체험`이 없어 힘들었지만,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 2001년 제도 도입 이후 2017년까지 수익률은 연평균 2.9%다. 작년만 두고 보면 마이너스 0.1%였지만 늘려서 보면 수익이 나고 있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한국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미국 퇴직연금 시장이 주는 교훈은 장기 투자는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강=한국은 퇴직연금 지형이 DB형에서 DC형으로 넘어가고 있다. 불가피한 흐름으로 보인다. 일본은 먼저 경험했는데 그 과정에서 연금 사업 시장은 어떤 변화를 겪었나.

하타=DC형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 회계기준 탓에 연금 채무가 기업 회계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금액으로는 DB형이 DC형보다 많지만, 가입자로는 이미 DC형이 DB형을 넘었다. 대기업 가운데 DC형 비중이 열에 두셋 정도인데 100%로 가려고 한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올해 DC형 도입 준비를 시작했다. 특이점은 연금 사업 환경이 변하는 것이다. 수수료 수익이 줄면서 덩치가 작은 사업자는 이미 발을 빼고 있다. 사업자가 고사하면 가입자 퇴직연금도 흔들리게 된다. 기업이 운용 책임을 덜어서 절약한 자금을 활용해 수수료 부담을 키우는 걸 생각해봐야 한다.

강=한국에는 연구소와 같이 퇴직연금 제도를 민간에서 지원하는 기관이 마땅히 없다. 연구소 주된 업무는 무엇이고, 기관이 역할을 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하타=연구소는 가입자와 기업, 연금사업자를 대상으로 제도 운용과 관련한 조사 업무를 주로 한다. 특히 가입자 입장에서 어려움을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 사업자는 이 부분을 파악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서로 상생하는 작업이다. 기업 연금 담당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주된 업무다. 기관이 역할을 하려면 신뢰를 확립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우리는 NPO(Non Profit Organization)로 설립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가입자, 회사, 사업자, 정부 등 어느 쪽과도 연관성을 두지 않아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기관을 신뢰할 수 없으면, 기관 활동이 제도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없다.

하타 이사장은…

△1946년생 △게이오대학교 경제학부 졸업 △후지은행 국제영업부장 △산덴 연금담당부장 △NPO법인 DC연금종합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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