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유족모욕·불법시위…배려없는 민낯 드러내

희생자 두 번 울리는 일베부터 추모가 싫은 사람들까지
정부불신은 공무집행방래와 불법시위로 이어져
세월호를 모욕의 매개로 삼는 일부 몰지각도
"자기 권리의식은 강하지만 타자 이해도 낮은 탓"
  • 등록 2015-04-16 오전 7:00:00

    수정 2015-04-16 오전 9:18:31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우리는 세월호를 둘러싸고 서로 반목했다. 조롱과 갈등, 불신으로 범벅된 우리의 현재는 판결문에 통해 고스란히 후세의 과거로 남는다. 한국인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비롯한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데 문제 해결의 열쇠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필동 충남대 사회학과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정치적인 입장과 가치관이 결부되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견해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김석호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규칙을 지키고 절차를 따르면 손해를 본다는 잘못된 생각을 이제는 버려야 할 때”며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유족에 분노 표출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한 사건은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세월호에 갇힌 학생들이 집단성교 등을 했다는 허위 글을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올려 징역 1년이 확정된 정모(29)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단원고 여학생의 시체를 간음하고 싶다는 글을 쓴 김모(24)씨와, 세월호 유가족이 국가를 상내로 소송을 낸 데 대해 ‘가족의 목숨을 팔아 지들 만 잘 먹고 살려고 한다’는 글을 올린 주부 박모씨가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구모씨는 작년 7월 ‘세월호 유족들이 평생 만지기 어려운 거액을 챙기려고 한다’는 댓글을, 대학생 김모씨는 ‘자식이 있는 데로 보내줄까. 구걸하냐’라며 유족을 모욕했다가 처벌을 받았다. 부산에서는 김모씨가 세월호 유가족 유경근씨가 국민참여당원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딸이 죽었는데 정치 선동질을 하고 있다. 저런 쓰레기가 없었다면 세월호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벌금형을 받았다.

‘세월호로 경기가 침체돼 먹고 살기 어려워졌다’는 잘못된 피해의식에서 시작된 분노가 세월호 유가족을 향하기도 했다. 건설업을 하는 백모(56)씨는 작년 8월 안산시 단원구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가 현장에 불을 내려다 붙잡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정부 못 믿겠다” 경찰폭행·불법시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무능한 정부’ 탓이라는 인식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윤모(24)씨는 “너희 때문에 세월호 희생자가 생겼다”며 경찰관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또 다른 윤모씨는 작년 7월 만취한 상태에서 특별한 이유없이 근처 지구대를 찾아가, “세월호 도 못 잡는 새끼들”이라며 난동을 피워 집행유예에 처해졌다. 세월호 시위 일부가 불법으로 번진 이유도 정부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 탓으로 풀이된다.

일부 세력은 ‘정부불신’이라는 국민의 심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추선희(56)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작년 7월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화일보에 광고를 내 야당이 주장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벌금형에 처해졌다. 최모씨는 작년 5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병언씨에게서 돈을 받은 탓에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최모씨는 작년 6월 “세월호 선장같은 무능한 사람에게 시장을 맡길 수 없다”며 평택시장에 출마한 정치인을 비방해 처벌받았다. 여론조사업체 R사의 대표 안모씨는 ‘세월호 침몰 후 박근혜 대통령은 대처를 잘 한 것인가’라는 조항을 넣은 조사지를 배포해 선거법을 위반했다.

구호품 빼돌리고 성금 훔친 파렴치범도

세월호 사건을 둘러싼 말다툼이 화근이 된 ‘울컥범죄’도 많았다. 지난해 4월26일 술집에서 만난 박모(41), 이모(44)씨는 세월호 침몰 원인 등을 두고 말다툼을 하다가 주먹다짐을 벌였다가 둘다 집행유예를 선고를 받았다. 김모씨는 작년 5월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옆자리에서 세월호 얘기를 하는 손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해를 입혀 벌금형을 받았다. 박모(34)씨는 그날 사고로 친구의 조카가 숨진 것이 속상해 술을 마시고 경찰관을 때린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원모(24)씨는 작년 5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세월호 희생자 추모 현수막을 불태웠다가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희생자 가족이 형사처벌된 사건도 있었다. 길모(29)씨는 세월호에 탄 사촌 동생을 찾고자 진도에 내려갔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해 벌금형에 처해졌다. 법원은 정서적으로 불안했던 점을 양형에 유리하게 고려했다. 세월호 사고로 아버지가 다친 김모(31)씨는 술김에 주차된 차량을 파손해 집행유예에 처해졌다. 일부 세월호 유족들이 대리기사를 폭행 기소되기도 했다.

국가적 슬픔 속에서도 이득에 눈이 멀어 세월호 실종자 가족에게 지급될 구호품을 빼돌리고, 세월호 성금을 훔치고, 성금을 모아 착복한 파렴치범도 있었다. 검사를 사칭해 세월호 직원의 개인정보를 빼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김모(53)씨는 지난해 8월 북한 보위부에 세월호와 관련한 소식을 알린 혐의로 처벌받았다. 또 다른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은 법정에서 “세월호는 남조선 괴뢰군의 소행”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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