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가 남성은 집안일에 약하다는 고정관념을 조장해 논란이다.
| 서울시 임신·출산 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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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2019년 임신·출산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민원도 한 번에 처리하겠다며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 사이트를 개설했다.
사이트 개설 취지에 대해선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예비부부, 임신부부가 궁금한 사항을 해결하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신 정보 내용 일부 중 ‘집안일’과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된 내용은 ‘임신 말기’ 항목에서 나온다.
| 서울시 임신·출산 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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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는 임신 말기 때 임산부가 ‘밑반찬’을 챙겨야 한다며 ‘냉장고에 오래된 음식은 버리고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으로 밑반찬을 서너 가지 준비해 둡니다. 인스턴트 음식을 몇 가지 준비해 두면 요리에 서툰 남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또 가족들 옷 챙기는 것도 임산부 몫이다. ‘3일 혹은 7일 정도의 입원 날짜에 맞춰 남편과 아이들이 갈아입을 속옷, 양말, 와이셔츠, 손수건, 겉옷 등을 준비해 서랍에 잘 정리해둡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둘째 아이 출산일 경우 갑작스러운 진통이 시작될 때, 큰 아이를 맡아 줄 사람 찾는 것도 생필품과 가스를 점검하고, 문단속을 하는 것도 임산부 역할이었다. 체중관리를 위해 집안일을 미루지 말라고도 했다.
‘임신 중 성생활’ 방법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표현을 썼다는 지적이 많다. 사이트는 임신 중 성 관계 횟수를 줄일 것을 당부하며 “남편이 돌발적으로 아내를 덮치거나 과도하게 격렬한 성행위를 하게 되어 조산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페이지 감수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맡았다.
| 서울시 임신·출산 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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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내용을 접한 누리꾼들은 ‘임신·출산정보센터’가 고정된 성역할을 강요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한 일부 누리꾼들은 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2021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집안에 여성이 생필품을 챙기지 않으면 나머지 가족은 생필품 구매를 못 하나. 반찬 없으면 굶냐. 남편 와이셔츠까지 챙겨놓으라고 훈수인데 가관이다”, “밥이 뭐길래”, “국가가 비혼, 비출산을 장려한다”, “부인이 식모야?”, “이러니까 애 안 낳죠”, “서울시는 남편이 임신하냐”, “아내를 덮친 거라는 표현은 강간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현재 문제가 된 내용은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