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철거 경제학]철거 안된 고가 밑 '어떻게 쓸까'

서울시내 고가도로 95개 고가도로 남은 상황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수제화 매장이 대표적
영등포 고가도로 '모듈러 주택'등은 주민 반대도 있어
서울시 "시민 의견 수렴한 고가도로 활용 내놓을 것"
  • 등록 2015-10-01 오전 6:00:00

    수정 2015-10-01 오전 10:39:30

△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 1층 하부 교각에 지은 수제화 공동브랜드 ‘프롬에스에스(From SS)’ 매장 전경.
[글·사진=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 24일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 1번 출구. 뒤편으로 3~4평 남짓 되는 구둣방들이 줄지어 서 있다. 매장 유리창 너머로 망치로 구두 밑굽을 두들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만난 ‘성수동 수제화 명장 1호’ 유홍식(67)씨는 구두를 만든 지 올해로 55년째라고 한다. 그는 “2년 전 이곳에 수제화 매장이 들어선 이후 주말을 이용해 구두를 사러 오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며 “중소상인들을 위한 장소가 생겨나 작업에 더욱 열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은 서울시가 2013년 12월 성수동 수제화 산업 활성화를 위해 총 사업비 4억 4000여 만원을 들여 성수역 1층 하부 교각에 지은 수제화 공동브랜드 ‘프롬에스에스(From SS)’ 매장이다.

서울 곳곳에서 고가도로가 사라져가는 추세지만 성수동 수제화 매장처럼 전면 철거가 아닌 주변 공간을 재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에 남아 있는 고가도로는 총 95개(서울시 관리 83개·자치구 관리 12개)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서울시 고가 하부공간의 재구성 방안 연구’를 보면 하부 공간을 활용 중인 고가는 10곳(10.5%)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주차장이나 간이사무실, 체육 공간으로만 쓰이면서 고가도로 열 곳 중 아홉 곳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정회평 서울시 안전교량본부 팀장은 “고가도로 철거는 노후화 정도와 주변 지역 교통량, 도시계획, 주민 의견 등의 과정을 거쳐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서울 전역에 남아 있는 고가도로 하부 공간에 대한 활용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성수동 수제화 명장 1호’ 유홍식(67)씨가 구두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성수동 수제화 매장은 고가도로를 적절히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1960년대부터 국내 수제화 산업을 이끌어온 성수동 지역을 ‘구두 테마 특구’로 지정하고 빈터로 방치됐던 성수역 하부 공간을 전용면적 10~30㎡ 규모의 매장으로 채웠다. 연 임대료는 매장 크기에 따라 200만~300만원 선이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내달까지 총 사업비 6억 6000만원을 들여 수제화 공동판매장 8곳을 뚝섬역(4번 출구) 인근에 추가로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하부 공간의 체계적 활용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성수동 인근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수제화 매장이 고가 한쪽을 차지하면서 건너 지역을 가로막아 단절된 느낌을 준다”며 “건널목 설치 등 주변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미관 개선에 조금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1월 시가 발표한 ‘임대주택 8만호+α 추진 계획’에 따라 영등포 고가도로 아래 짓기로 했던 2층짜리 모듈러 주택(공장에서 기본 골조와 전기 배선 등 전체 공정의 80% 정도를 사전 제작한 뒤 현장으로 옮겨 마감 공사만 하는 조립식 주택) 16가구도 노숙인 시설을 짓는다는 반대에 부딪치면서 현재까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려졌던 고가 하부 공간을 지역에 걸맞은 공간으로 바꾸고 도입시설의 용도와 프로그램 등을 담은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만들 계획”이라며 “지역 공동체나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면서 고가 하부 공간을 개발해 지역 경제와 문화 활동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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