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시작은 '창대'했으나…올해로 3년, '계륵' 된 코리아세일페스타

유통 구조 차이 간과한 채 해외 행사 따라하기 급급
소비자·참여업체 모두 불만족 '허울뿐 행사' 혹평까지
정부, 행사 주최 민간 이양 검토
  • 등록 2018-09-28 오전 6:01:00

    수정 2018-09-28 오전 6:01:00

지난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 동안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브라질, 독일과 같이 문화와 먹거리 등이 융합된 페스티벌화가 필요합니다.”

2016년 1월 정부 세종컨벤션센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첫 부처합동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정례화를 주문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대규모 세일행사를 통해 내수활성화에 기여하고 쇼핑·관광·문화·축제 등 전 영역에 걸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쇼핑관광축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후 내수 진작 차원에서 마련한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가 ‘코리아 세일 페스타’(KOREA Sale FESTA·코세페)로 거듭난 지 올해로 3년을 맞았다.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열흘간 열리는 2018 코세페 캐치프레이즈는 ‘사는 게 즐거워진다’. ‘사다’(Shopping)와 ‘살다’(Living)의 중의적 의미로, ‘쇼핑의 즐거움이 삶의 즐거움으로 연결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게 운영사무국 측 설명이다.

‘내수 촉진+외국인 관광객 유치+한류(韓流) 확산’ 시너지 효과 극대화란 취지와는 달리, 코세페는 해가 갈수록 ‘계륵’(鷄肋·이익은 없으나 버리기 아까워 난처한 상황) 취급을 받고 있다. 정부 요청에 따라 강행되면서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허울뿐인 행사라는 혹평까지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딱”이라며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가 아니다 보니 소비자 혜택 제공에 한계가 있고 업체의 만족도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다보니 취지는 나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행사가 된 모양새다.

(그래픽=이서윤 기자)
코세페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나 중국의 ‘광군절’(光棍節) 등 세계적 행사와 비교된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이들 행사를 따라갈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한다. 각 나라마다의 유통 구조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대규모 할인 행사라는 흉내내기에 급급한 탓이다.

우선 미국의 경우 백화점 등 유통기업들은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직접 구매해 판매하는 덕에 연말쯤 쌓인 재고를 ‘창고 방출’의 개념으로 싸게 판매할 수 있다. 업체들은 재고를 해결할 수 있고 고객들은 싼 가격에 원하던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윈윈’인 셈이다.

반면 국내 백화점은 수수료를 받고 입점 업체들에 매장을 대여해주는 일종의 임대사업 형태다. 재고가 쌓일 일이 없으니 이를 소진하기 위해 제품을 싸게 내놓을 필요가 없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은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힘든 이유다.

이런 구조 탓에 실제 소비자가 생각하는 할인율과 업체들 할인율 간 간극이 적지 않다.

지난해 의류·잡화의 경우 소비자의 기대 할인율은 43%였지만 실제 평균 할인율은 33%에 그쳤다. 대표 가전인 TV의 경우에도 소비자들은 39%의 할인율을 기대했지만 실제 할인은 21%에 불과했다. 정부가 제조업체들을 코세페에 합류시키고, 올해 처음으로 특별 할인가를 적용한 삼성 건조기와 LG 올레드 TV 등 20개의 ‘킬러 아이템’을 선보인 것 역시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다만 정부 주도에 따라 업체들이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진 대책이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세계적 행사로 자리 잡은 중국의 광군절(single‘s day·光棍節)이 민간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 하다고 조언한다. 광군절은 중국에서 11월 11일을 뜻하는 말로, 애인이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선물을 주고받고 파티를 여는 일종의 기념일이다. 젊은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자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광군절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11월 11일은 중국에서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이 이뤄지는 날이 됐고, 지난해 알리바바는 광군절 단 하루 만에 28조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코세페는 시간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모습이다.

2016년 참여 업체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2.5% 증가했지만 2017년에는 5.1%로 증가 폭이 줄었다. 행사 기간도 기존 1개월에서 10일로 단축됐는데, 정부 측은 “집중적인 할인 행사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정 예산도 지난해 총 51억원에서 올해 67% 수준인 34억5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 참여 지원 예산은 지난해 27억7800만원에서 올해 13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이에 따라 코세페 운영 주체를 민간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도 오는 2021년까지 코세페를 민간에 이양하고 간접 지원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좋지 않은 평가가 계속 나온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행사를 없애기보다 주최를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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