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점이다. 어닝시즌 직전까지 눈높이가 과도하게 높아진 측면이 있지만 증시는 기대를 선반영한다는 점에서 연일 기록을 이어가는 활황장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실적 환율에 발목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61조원, 영업이익 9조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7%, 25.70% 증가한 수치지만 증권가 컨센서스인 매출 61조660억원, 영업이익 9조3461억원을 각각 0.1%, 3.7% 밑도는 수준이었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에서 4조80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4조1000억원 정도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무엇보다 환율이 급격히 하락한 게 전망을 하회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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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환율 급락으로 영업이익은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차의 전년 4분기 실적의 경우 급격한 원화 강세가 수출채산성을 약화시키면서 기존 예상치를 다소 밑돌 것”이라고 예측했다.
4Q 실적 소폭 조정…주가 미치는 영향 ‘미미’
그럼에도 주가 전망은 나쁘지 않다. 4분기 이익 컨센서스는 하향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3개월 전 대비 오히려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원자재 가격 상승과 양호한 수출 회복으로 4분기 기업이익 모멘텀이 양호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시장 컨센서스를 어느 정도 하회할 것이냐가 관건이 되겠지만 그 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지난 8일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 매출 18조7825억원, 영업이익 647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분기 사상 역대 최대, 영업이익은 역대 4분기 가운데 최대로 시장 전망(매출 17조8798억원, 영업이익 6263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주가는 전 거래일 보다 1.67%(2500원) 하락한 14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분기 최대 실적 호재보다 캐나다 자동차 부품기업 마그나와 손잡고 애플카에 부품을 공급할 거라는 기대감이 현대차로 옮겨가며 하락세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선언한 애플이 전기차 분야 선두 그룹인 현대차에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이날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19.42%(4만원) 상승한 24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4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았지만 주가는 오히려 전 거래일 대비 7.12%(5900원) 오른 8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9만원 까지 오르며 ‘10만전자’로의 가능성도 열었다. 경쟁사인 대만 TSMC의 3나노 개발이 연기될 것이라는 소식이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김상호 연구원은 “삼성전자도 4분기 실적이 크게 충격을 줬다면 주가가 흔들렸을 텐데, 결과와 상관없이 오른 상태”라며 “(환율 영향으로) 이 정도 하회라면 (다른 기업들도) 대세에 지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