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빠진 제주 부동산… 남은 건 갚아야 할 15.5조원

서귀포시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2010년 이후 '유커 특수' 등 활황
올 들어 토지거래 줄고 미분양 속출
대출받아 투자나선 도민 피해 잇따라
  • 등록 2019-10-04 오전 3:30:00

    수정 2019-10-04 오전 10:01:40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내 지방도로변에 있는 공사 중단 주택단지. 제주도 남서 지역도 최근 제주도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미분양 타운하우스나 공사 중단 주택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제주=글·사진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작년 여름부터 건물 공사가 중단돼 동네 흉물로 남았다. 소문으로는 건설업체가 자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부도가 났다고 한다. 다 지은 빌라나 타운하우스도 미분양 된 곳이 많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모슬포항으로 가기 위해 대정읍 일대 도로를 타고 가다가 보면 입주자 모집 현수막이 붙은 대형 빌라나 공사가 중단된 주택단지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제주시나 서귀포시의 성산, 중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땅값으로 사람이 몰리지 않았던 제주도 남서 지역에도 3~4년 전부터 개발 붐이 불었다가 최근 집주인을 찾지 못하는 집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안덕면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도 토박이 고미정씨는 “근처 제주영어교육도시개발 구역 앞에 지은 빌라들도 빈집이 수두룩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부동산 개발과 폭등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제2공항 신설 등 각종 개발 이슈와 관광 특수를 타고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맛보다가 최근 급격하게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주택과 토지 거래량이 줄어들고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곳곳에 산재했다. 건설업체의 부도로 짓다가 방치된 건물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때 전국의 돈이 다 몰린다고 했던 제주도의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은 건 15조5000억원에 이르는 도내 가계대출이다.

지난달 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제37차 미분양관리지역에서 충남 보령시가 빠지고 제주 서귀포시가 새로 추가됐다. HUG는 2016년 10월부터 미분양관리지역을 지정해 매달 발표해왔다. 서귀포시가 미분양관리 지역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앞서 제주시도 지난해 10월부터 미분양관리지역에 포함됐다. 제주시는 기한이 연장되어 내년 2월 말까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HUG의 규제를 받는다. 결국 제주도 전체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 8월 기준으로 제주도 내 미분양주택 수는 1223호로 집계됐다. 제주시 478호, 서귀포시 744호 등이다. 서귀포시에 앞서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받은 제주시는 2017년 12월 사상 처음으로 미분양주택 1000호를 넘어선 이후 2018년 3월 1012호로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반대로 서귀포시의 미분양주택이 늘어났다.

제주도 한 달 살기와 제주 이주 열풍 등이 맞물려 서귀포시의 2018년 미분양주택은 11호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년 부터 300호를 넘어선 이후 올해 들어 434호를 기록했고 결국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요건인 500호 이상의 기준을 충족시키며 첫 미분양관리지역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특히 미분양주택 가운데서도 시장에서 가장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제주도 전체 736호로 이 중 400호 이상이 서귀포시에 있다.

2010년대 접어들면서 제주도는 전국에서 가장 부동산 시장이 뜨거운 곳으로 주목을 받았다. 저비용항공사(LCC)가 경쟁적으로 취항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좋아지며 인구 유출에서 순유입이 많은 지역으로 변모했다. 중국 관광객 특수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분위기와 맞물려 제주도 살이가 인기를 끌면서 제주도 부동산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10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제주의 주택매매가격은 15.3% 상승하며 전국 평균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공시지가 산정에서는 제주가 17.51% 올라 3년 연속 전국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제주도의 땅값 누적 상승률은 90.38%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제주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반전을 보이고 있다. 미분양주택의 증가와 함께 토지거래량도 올해 1분기부터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 4월 국토부가 발표한 1분기 전국 토지거래량 따르면 제주지역은 지난해 4분기 보다 21.9%포인트 줄어든 1만945필지였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의 올 8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 결과에서도 제주지역의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지수는 84,2에 머물렀다.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지수는 0∼200 사이 값으로 표현한다. 95미만부터 하강국면, 95~115미만은 보합국면, 115 이상은 상승국면으로 구분된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부터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지수 조사지역에 포함됐으며 9개월 간 지수 85를 넘은 적이 없었다.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주택 매도·매수 동향을 조사에서도 ‘매도하려는 사람이 많다’가 63.6%에 달했지만 ‘매수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10.6%에 불과했다. 토지는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의 편차가 더 컸다. ‘매수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1.8%에 불과한 반면 ‘매도하려는 사람이 많다’가 73%에 달했다.

제주도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거품이 꺼지면서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제주도민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주도의 가계대출은 2014년 6조원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15조50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제주도민들이 땅값과 집값 상승을 보며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에 나선 탓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2017년 3월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통한 부동산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역경제의 지속성장과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제주도의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 신후식 제주도의회 정책연구실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경기의 하향조정 국면이 장기화 될 기미를 보이면서 금융기관의 차입을 통해 부동산 구입을 크게 늘린 가구의 원리금 상환부담 압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제주지역 경기 및 부동산 시장의 장기 하락세에 대비하기 위한 가계의 부채 조정 지원 등 상시적이고 종합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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