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예술의 추악한 민낯, 자성의 ‘미투’로 뽑아야

  • 등록 2018-02-21 오전 6:52:53

    수정 2018-02-21 오전 8:21:53

성범죄 논란에 휩싸인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범죄 혐의와 관련해 공개 사과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연극은 자연을 비추는 거울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희곡 ‘햄릿’에서 연극의 목적은 시대의 양상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했다. 옳은 건 옳은 대로, 그른 건 그른대로 고스란히 비춰야 하며 이를 벗어나면 의미를 잃는다고 했다. 수백 년 전에 쓴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연극·시 등 예술이 억압과 불의에 저항하는 대표적인 활동으로 남은 이유다.

우리 사회의 민낯을 비추는 거울이 혼탁하다. 그간 ‘거장’이라 칭송했던 연극인 이윤택과 시인 고은 등 일부 문화예술인의 추악한 면이 드러나면서다. 성희롱부터 성추행,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과 낙태까지. ‘블랙리스트 1호’라는 이름으로 사회정의를 외치고 예술의 순수성을 논했던 이들의 뒷모습이 처참하다. 그동안 선보인 결과물도 의심스러워졌다. 이윤택이 사죄하는 자리에서 ‘관습적인 행태’ ‘죄인지 몰랐다’고 해명한 것은 우리 문화예술계가 성범죄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처음으로 성추행을 폭로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그 입에 똥물을 부어주고 싶다”고 분노했다.

지금의 논란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미투’(metoo) 운동이다. 문화예술계의 만연한 성범죄에 맞서 연대로 저항했다. 활동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용기를 냈다. 이들 덕에 치부가 드러났고 내부 문제에 침묵해온 문화예술계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실을 알리는 더 많은 목소리가 필요하다. 뿌리 깊은 관행을 뽑으려면 땅을 깊게 파야 한다. 뒤늦게나마 실태조사를 하고 성범죄와 관련해 신고 및 상담 지원센터 운영계획을 알린 정부의 움직임도 환영한다. 시발점인 공연계와 문학계뿐만 아니라 영화계와 연예계 등 대중문화 영역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한다.

‘나도 당했다’에 이은 새로운 ‘미투’가 필요하다. ‘나 역시 돌아보고 반성한다’는 의미의 ‘미투’다. 결과만 쫓다 불합리한 과정과 반인권적인 폭력을 감내하라 강요한 문화예술계 전체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소수의 인사가 제왕적 문화 권력을 가지게 된 구조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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