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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당 300원 ‘무죄’ vs 100원 ‘유죄’…法 “기초수급자, 판돈 2만원 큰 돈”
형법 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상습도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를 예외로 뒀다. 판결을 살펴보면 장소와 시간, 도박한 사람의 직업, 판돈의 규모, 도박하게 된 경위, 상습성 등을 토대로 도박죄인지 단순 오락인지를 구분한다.
2009년 11월 한모씨는 서울의 한 오토바이 가게에서 유모씨 등 3명과 점당 300원짜리 고스톱을 치던 중 규칙 위반으로 시비가 붙어 유씨를 때려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혔다. 검찰은 한씨에게 상해죄와 도박죄를 적용에 재판에 넘겼다.
반면 한씨보다 판돈이 적은 점당 100원으로 고스톱을 쳤지만 유죄가 인정된 경우도 있다. 2006년 인천에 사는 오모씨는 지인 장모씨 등 3명과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치다가 도박죄로 기소됐다. 당시 판돈은 2만8700원에 불과했다.
인천지법은 오씨의 행위가 도박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오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월 20만원 가량의 정부보조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판돈 2만8700원은 적은 금액이 아니라고 봤다. 친목 도모가 아닌 돈을 따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해당 금액이 정부보조금을 받는 여성에게 적은 돈이 아니다”며 벌금 30만원을 선고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처벌하지 않고 2년 후 면소해 없던 일로 해주는 일종의 ‘선처’다.
연령· 직업·재산 정도 등 따라 도박죄 갈려…도박 시간도 고려해야
고스톱을 치는 시간이 유·무죄를 가른 판결도 있었다. 2017년 6월 도박혐의로 기소된 김모씨 5명에게 서울서부지법은 각각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6년 8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점당 200원의 고스톱을 쳤다. 판돈은 크지 않았지만 늦은 시간까지 이뤄진 점 등을 볼 때 친목 도모가 아닌 도박의 목적성을 가지고 고스톱을 했다고 재판부는 본 것이다.
박판규 법무법인 현진 변호사는 “연휴 또는 명절에 친척들과 치는 고스톱이 도박죄로 인정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제3의 장소에서 조직적으로 하거나 판돈이 커지는 경우 등 때에 따라서는 달리 볼 여지도 없지는 않아 친목 도모로 적은 판돈으로 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