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뀔 때마다 흔들…KB금융 회장 인선 ‘흑역사’

外風에 유독 취약한 지배구조
  • 등록 2017-09-06 오전 6:00:00

    수정 2017-09-07 오후 5:44:31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도전정신과 창의력이 성장 및 발전의 기반이 돼야하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저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로 인해 금융인들이 위축되고 금융시장의 발전에 장애가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지난 2008년 9월 출범한 KB금융지주의 초대 회장 황영기 회장은 취임 후 불과 1년 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KB금융 1주년 기념식은 곧 황 회장의 퇴임식으로 어수선했다. 낙하산 인사로 얼룩진 KB금융 회장 ‘흑역사’의 시작이다. KB금융 출범 이후 선임된 CEO들은 대부분 정치적 연줄을 타고 내려온 낙하산이었고, 멀쩡히 임기를 마친 CEO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전임회장 3명中 2명 ‘중도하차’…임기마친 어윤대 前 회장은 ‘4대 천왕’

KB금융은 출범 후 모두 4명의 회장이 역임했다. 제1대 황영기 초대 회장(2008년 9월~2009년 9월)을 시작으로, 제2대 어윤대(2010년 7월~2013년 7월), 제3대 임영록(2013년 7월~2014년 10월), 제4대 윤종규 회장(2014년 11월~2017년 11월)이다. 황 회장과 어 회장은 임명 과정에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임 회장은 모피아로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 하지만 불명예 퇴진했다.

황 전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퇴임 후 발생한 파생상품 투자 손실이 문제가 돼 금감원 징계를 받았고 1년 만에 KB금융 회장직에서 중도 낙마했다. 추후 법정 다툼 끝에 퇴임한 임원에 대한 징계처분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에서 승소하긴 했지만 이 대법원 판결은 절차적 흠결을 따진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는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다.

어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코드 인사의 전형이었다. 당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강만수 전 KDB금융 회장과 더불어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리며 금융권 실세로 통했다. 그는 2013년 퇴임식에서 “인사나 대출 청탁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경영의 투명성과 인사의 독립성을 크게 개선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사실은 사외이사들과의 갈등으로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사외이사들과의 반목으로 인수에 실패했고, 측근인 박동창 전 부사장이 일부 사외이사 견제를 위해 내부 정보를 국제적 주주총회 분석기관인 ISS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분란을 자초했다.

임 전 회장은 각기 다른 줄을 타고 내려온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의 갈등으로 KB내분사태라는 초유의 참사를 겪었다. 박근혜 정부 인사로 분류됐던 이 전 은행장은 주전산기기 교체 과정에서 임 전 회장과 충돌하면서 이른바 ‘KB사태’를 유발했고 결국 동반 사퇴했다. 조직의 내홍, 당국의 중징계, 직무정지, 검찰고발 등으로 이어진 4개월은 KB금융 흑역사의 정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금융계에선 박지우 KB캐피탈 대표의 행보가 관심을 끌었다. 박 대표는 KB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국민은행 부행장에서 물러났으나 2개월여 만에 KB금융 계열사 대표로 복귀하는 저력을 보였다. 당국의 징계를 받고 사퇴했다가 2개월만에 전격 복귀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금융권에선 박 대표가 박근혜정부에서 득세한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이른바 서금회 멤버라는 점에 주목했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관(官)피아’ 논란…청산해야 할 적폐”

사실 KB금융의 전신인 통합국민은행 시절에도 부터 문제는 적지 않았다. 2004년 김정태 초대 통합 국민은행장은 국민은행과 국민카드의 합병, 상각카드채권 등의 처리과정에서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다.

2대 강정원 행장은 황영기 회장 중도 사퇴 후 회장직무대행으로 10개월간 KB를 이끌었지만 카자흐스탄 뱅크센터크레디트(BCC) 은행 등 해외투자 손실로 제동이 걸렸다.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가 확실시되자 직무대행을 포기하고 곧이어 은행장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됐던 강 전 행장은 과거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서울은행장에 발탁됐으며 황 전 회장과 초대 KB금융 회장직을 놓고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이런 과정에서 KB금융의 전력은 급격히 약해졌다. 급기야 리딩뱅크의 자리를 신한금융에 넘겨줬다. 카자흐스탄 BCC은행 투자손실, 금융사고 축소 보고, 미공개 내부정보 유출, 도쿄지점 부당대출사건, 본점 채권횡령사건, CD금리 담합 및 가산금리 부당취득,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 가짜 입금증 위조 사건, 친인척 자금관리 직원 비리 등이 줄줄이 터지면서 KB금융은 ‘비리 백화점’이라는 오명을 떠안게 된다.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은 빠르게 정상화되면서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지만 이젠 윤 회장의 임기 만료로 다시 시험대에 서게 됐다. 다시 낙하산 인사의 무대가 될 것인지,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공고히 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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