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꿈]①65년 '모순의 땅' DMZ…'불안한 평화' 끝내나

중·서부전선 비무장지대를 가다
'비무장' 단어 무색하게 첨단화력 무장
100만개 지뢰, 남북 충돌로 군인들 희생
남북 정상 만남에 軍 최고위급 동행
군사적 신뢰회복 조치나올까 기대
  • 등록 2018-04-27 오전 5:59:00

    수정 2018-04-27 오전 7:20:04

[연천·철원=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울림이 컸다. 마치 혈혈단신 외로운 광야에 서 있는 선구자처럼 스스로가 큰 울림이 되고자 하는듯 했다. 휑하고 막막한 벌판이었다. 그 뒤를 낮은 구릉과 이어진 능선들이 포근히 감싸 안았다. 가끔 꿩 소리가 고요함을 깼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평화로운 장소라는 건 착각이다. 전쟁이 멈춘지 65년이 흘렀지만, 65년간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전쟁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모순의 땅’이다. 불안한 평화가 이어지고 있는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단상이다.

비무장지대(DMZ)는 군사적 긴장이 없는 완충지대가 돼야 하지만, 지난 65년여 동안 DMZ는 군사대결의 장으로 변모해 끊임없이 충돌과 긴장이 이어져 온 곳이다.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2018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중부전선 DMZ 앞 우리 군 철책 사이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기자는 지난 24일 아침 중서부 전선의 남방한계선상 관측소(OP)에 올랐다.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다음 날이다. 350m 높이에 있는 이 OP에선 남·북한이 DMZ에 만든 감시초소(GP)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우리 군 OP 정면에 있는 북측 GP 앞엔 대남 확성기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16개의 메가폰을 청록색 테이프로 엮어 만든 모양새다. 북측도 그동안 우리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체제 선전 방송을 내보냈다.

이날 대남 확성기는 조용했다. 우리가 대북 방송을 중단한 전날 밤부터 북한 방송도 멈췄다고 했다. 또 다른 중서부 전선에서 만난 장병들도 “북측 방송이 간헐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체제 선전 비중이 확 줄었다”고 했다. 25일 중부전선 인근에서 하루 종일 머물렀지만 북측의 대남방송은 들을 수 없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이 상호 비방을 그만뒀다는 얘기다. DMZ는 1963년 이래 양측에서 내보내는 확성기 소리로 몸살을 앓았다. 망원경으로 보이는 북한 대남 선전 마을 마장리에선 남성 주민 2명이 한적히 걷고 있었다.

이번 정상회담 수행원 명단에 남측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정경두 합참의장이, 북측은 박영식 인민무력상과 리명수 총참모장이 포함됐다. 남북정상회담 사상 처음이다. 획기적인 군사적 신뢰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의 중심에는 DMZ가 있다. DMZ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직접적 충돌을 막기 위해 만든 완충지대다.

그러나 최첨단 무기를 앞세운 군사대결의 장으로 변모했다. 비무장 지대라는 말이 무색하다. DMZ를 사이에 둔 남북 간 크고 작은 충돌로 수많은 군인들이 희생됐다. 100만개가 넘는 대인·대전차 지뢰가 DMZ에 묻혀 있다. DMZ의 중립지대화·평화지대화·비무장화가 필요한 이유다. 4월 중순을 훌쩍 넘긴 지난 주까지도 눈이 내렸다는 중·서부 전선의 DMZ는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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