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공포에…은행들 가계대출 문턱 높인다

잇따라 보수적인 운용 전략 세워
내년 새 예대율 규제 적용 영향도
  • 등록 2019-08-20 오전 6:05:00

    수정 2019-08-20 오전 6:05:00

(그래픽=김다은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올해 하반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아서 상당히 조심하고 있습니다. 신용 리스크가 부담스러운 만큼 대출도 보수적으로 운용할 겁니다.”

시중은행들이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 예기치 못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몰려오는 데다 내년부터 새로운 예대율 규제도 적용 받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다소 공격적으로 대출을 했던 각 은행들이 하반기 들어 보수적으로 전략을 바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분간은 은행 가계대출 문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최고 리스크관리 책임자(CRO)들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비공개로 회동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금융연구원 등은 물론 금융시장 인사들도 종종 찾아 강의를 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기업대출이든 가계대출이든 여신이 건전해야 은행이 건전해지는 것”이라며 “요즘은 대내외 악재들이 너무 많다 보니 대출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생각을 대다수 은행들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의 서남종 CRO는 “올해 연간 여신 성장 목표가 4~5% 수준이었다”며 “현재 경제 상황을 감안해 연간 성장률을 3%대로 달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종인 우리은행 CRO 역시 “은행은 대출 자산이 제일 크니 (경기가 침체하면) 신용 리스크의 증가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하반기 대출은 보수적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565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만에 4조원대 증가 폭으로 올라선 것인데, 그 규모가 서서히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은행들이 움츠러든 건 R의 공포가 첫 손에 꼽힌다. 기업과 가계에 빌려준 대출이 경기 침체로 부실화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탓이다. 은행권은 미·중 무역전쟁을 가장 큰 리스크로 보고 있지만, 그외에 일본의 수출규제, 홍콩 시위, 영국 브렉시트 등의 악재들도 주시하고 있다. 조재희 신한은행 CRO는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이 국내의 가계부채 누증과 취약업종 구조조정 등 경기 불안을 자극해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의 새 예대율 규제도 주요 요인이다. 예대율은 은행의 원화대출금을 원화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를 100% 이하로 맞추지 않으면 추가 영업에 제한을 받는다. 새 예대율 규제는 가계대출에 대한 가중치를 15% 올리고 기업대출에 대한 가중치는 15% 내리는 게 골자다.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지 말라는 당국의 엄포인 셈이다.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은행채 5년물 금리는 1.301%로 역대 최저치 마감했다. 장기시장금리 급락은 대내외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진데 따른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싼 값에 자금을 대거 조달할 수 있는 유인이지만, 실제로 그런 분위기를 감지되지 않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은 가계대출이 많았던 지난해 은행채를 통해 자금을 대거 조달해 여신정책을 폈다”며 “하지만 올해는 내년 예대율 규제를 미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정기예금 같은 예수금 쌓기가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40조3823억원으로 한 달새 8조6377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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