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의 룰’도 없이…하마평 무성
1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늘 26일 이사회를 열어 새 지주회사 지배구조를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4명은 두 차례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조율했고 이날 이사회에는 우리은행 지분 18.4%를 보유한 예보와 우리은행 사내이사를 포함한 이사진 전원이 참석해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배구조와 관련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은행장과 회장 겸직 혹은 분리 여부다. 조직의 안정이나 은행 중심의 구조를 고려하면 행장과 회장을 겸임하는 편이 좋다는 의견과 지주체제를 조기 구축하는 데 집중할 별도의 회장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맞선 상황이다.
앞선 간담회에서 사외이사 5명 중 중국인 사외이사를 제외한 4명은 적합한 후보를 대상으로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공모하되 손 행장도 후보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선과정에서 손 행장이 적임자로 판단되면 행장과 회장 겸임 체제가 되고 다른 후보가 회장으로 선임된다면 자연스럽게 회장과 행장이 분리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 대주주인 정부도 예전과는 다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2016년 민영화 이후 우리은행 경영에 개입을 꺼려왔으나 이번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는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도 (바람직한 우리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대해) 생각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의사표시를 할지 말지, 또 의사표시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예보를 통해 정부의 의중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최대실적 거둔 손태승 행장 겸임 희망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장에서는 벌써 20여명의 회장 후보들의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주로 문재인·노무현 정부와 연이 있는 전직 관료나 금융권 인물 중심이다. 회장은 지주경영이란 큰 그림을 그려야 하고 대외역량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외부 인사를 선임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선임과정에서 정권이나 관료의 영향력이 작용한다면 민영화라는 취지가 퇴색할 것이란 여론도 만만찮다는 점에서 전직 우리은행 출신 인사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 이런 비판을 의식해 지난해 이광구 전 행장이 사퇴한 이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도 정부는 행장 인선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
손 행장 역시 지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 내부사정을 잘 알아 조직을 조기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다. 민영화 이후 조직의 숙원이었던 지주사 전환을 다시 추진한 공적을 세웠고 올 상반기 11년 만의 최대실적을 거두는 성과도 보여줬다. 노조에서도 손 행장의 겸임을 바라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미는 인물이 내려와서 금융회사의 경영이 잘 된 사례가 없었다”며 “회사의 가치를 높일 최적의 인물을 선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