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北위임통치’라더니…김여정 강등, 왜?

승진 주목 ‘넘버2’ 김여정 무슨일이
‘수직 상승’ 정보당국 예상 빗나가
‘총비서 추대’ 김정은 체제 공고화
후계자설로 일종 속도 조절 분석도
전문가들 “위상 판단은 아직 성급”
  • 등록 2021-01-12 오전 1:09:56

    수정 2021-01-12 오전 7:58:07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제8차 노동당 대회 기간 지위가 격상할 것으로 점쳐졌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예상을 뒤엎고 정치국 고위급 명단에서 빠졌다. 승진은커녕 기존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도 지키지 못했다.

그동안 우리 정보당국은 김 부부장이 외교·안보를 비롯해 국정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고 판단, 이번 당대회에서 그 위치가 수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결과만을 놓고 보면 이 같은 전망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다만 이번 인사 결과만으로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사진=뉴스1).
위임통치라던 김여정 강등…정보당국 예측 빗나가

1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한 8차 당대회 6일 차 회의 내용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기존에 맡고 있던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빠졌고, 당 부장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는 그동안 김여정이 보여준 역할을 감안, 정치국 위원으로 수직 승진할 것이란 정부의 기존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결과다.

김여정은 지난 2018년 4·5·9월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때 오빠인 김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한 최측근이다. 2019년 말부터는 당 제1부부장으로 대남사업을 총괄했고 지난해 4월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이유로 남북간 통신선을 단절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도 관여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와 정보당국은 이번 당대회에서 김여정의 위상이 크게 격상될 것으로 예측해왔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여정이 위상에 걸 맞는 직책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 8월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보고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과 측근들에게 일부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정원은 당시 권한 위임 배경으로, 김 위원장의 9년간 통치 스트레스를 줄이는 차원이자 정책 실패 시 리스크에 따른 책임을 돌리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국정원의 이 같은 분석을 두고 ‘무리한 표현’이라고 입을 모았었다.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관계에 자칫 왜곡된 정보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국정원은 대북동향 메시지에 신중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사진=연합뉴스).
김여정 강등 이유는…대외 성과 문책·일종의 숨고르기?

김 부부장의 강등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 부부장이 후보위원에서 탈락한 건 미진한 대외 성과에 대한 문책 성격이라는 해석부터 일종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한 당국자는 “지금까지 대남·대미 업무를 맡았던 김여정에게 관련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한 일정 부분의 책임을 물은 것일 수 있다”면서도 “김여정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이인자’로서 급부상한 여론 상황을 의식한 인사 조치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날 조선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 ‘김정은 체제’ 공고화를 위해 2인자, 후계자 등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 부부장의 존재감을 줄인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외교·대남 라인은 이번 인사에서 위상이 크게 하락했다. 미 전략을 담당하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대남 문제를 총괄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당 비서에서 제외되고 장금철 대신 통일전선부장으로 이름을 올려 북한이 대남 담당 비서를 없애고 당 부장만 둔 것으로 추정된다.

리선권 외무상은 정치국 후보위원직은 유지됐지만 가장 나중에 호명됐다. 대중 외교를 담당해 온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당 부장으로 임명됐지만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되지 못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전날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8차 당대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입장하는 가운데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맨 왼쪽)과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뒤따르고 있다(사진=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김여정, 정치적 위상 그대로…섣부른 판단 경계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섣부른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인사는 일종의 ‘숨 고르기’로, 김 위원장의 직계 가족으로서 갖는 정치적 위상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김 부부장의 입지가 약화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 부부장과 함께 김 위원장을 그림자 수행을 해온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단숨에 올라선 만큼 김 부부장 역시 언제든 고위 직책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성장 미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결정하면 다시 정치국 후보위원이나 위원직에 선출될 수 있고, 김정은 공개활동을 상시적으로 보좌하고 있는 만큼 조용원처럼 공식적 지위가 갑자기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역시 “지난해 김 부부장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후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하려고 할 때, 김 위원장이 보류시키는 일이 있었다”며 “이에 대한 형식적 책임일 가능성은 있지만 여전히 백두혈통으로서의 김여정의 위상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일각에서는 김 제1부부장이 북한판 국가안보회의(NSC) 등 새로 신설될 조직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당대회 집행부 39명에 이름이 불렸고 단상까지 올라갔는데 후보위원 명단에서 빠진 것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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