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세마리 토끼' 모두 놓친 박원순 시장

  • 등록 2018-08-28 오전 6:29:00

    수정 2018-08-28 오전 9:45:2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최악의 수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6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여의도와 용산 개발계획(마스터플랜) 발표를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히자 한 부동산 전문가가 내린 혹평이다. 지난달 10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용산 통합개발을 언급한 이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제지에도 버티다 결국 개발 전면 보류 카드를 꺼내 들기까지 박 시장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박원순, “여의도ㆍ용산 개발 전면 보류” (사진=연합뉴스)
일단 서울 집값이다. 한창 달아올랐다가 숨 고르기를 하던 서울 주택시장은 박 시장의 통합개발 한마디를 불쏘시개로 다시 타올랐다. 여의도와 용산 일대 아파트값은 2억~3억원씩 뛰었고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집값 상승은 인근 마포·서대문·중구 등으로 확산하면서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7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두 번째는 정책 효과다. 정책은 실질적으로 정책이 가져다주는 변화 이전에 심리적인 효과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이 심리적 효과는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가 담보돼야 가능하다. 지난달 싱가포르 순방 당시 박 시장의 통합개발 발언 이후 김현미 장관이 여의도와 용산 개발은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추진해야 한다면서 박 시장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지만, 박 시장은 계속 “도시계획은 서울시장 권한”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 갑자기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묵과할 수 없다며 개발 전면 보류를 선언하고 나섰다. 과연 집값 안정 효과가 있겠는가에 대한 분석은 차치하고라도 오락가락 정책으로 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점에서 먼저 최악의 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가 모두 무너진 것이다.

박 시장의 발표에 대해 부동산시장에서는 시간은 걸려도 결국 개발될 테니 이번 개발 보류 결정으로 호가가 낮아지면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 결국 다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급등하지 않겠냐는 전망, 규제가 나와 집값을 누를수록 더 오르니 강력 호재라는 분석, 여의도와 용산 개발 보류에 따른 수혜지역 찾기 등 집값 안정과는 거리가 먼 얘기들이 나온다.

세 번째는 정치인으로서의 인기다. 박 시장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후 줄곧 도시재생에 주택 정책의 방점을 찍어왔다. 동네를 갈아엎고 새로운 건물을 올리는 대규모 개발사업 대신 기존 것을 유지하면서 지역 특성을 살리는 선에서 소소한 마을 공사를 하는 선에 그쳤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3선 시장이 되자 태도를 180도 바꿨다. 직접 본인의 입으로 “여의도와 용산을 통으로 재개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 강북 경전철 4개 노선을 조기 착공을 골자로 한 강북 균형개발 계획도 내놨다. 이를 두고 차기 대권을 위한 발판을 다지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많다.

집값 급등으로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은 더욱 멀어졌다. 일요일에 갑작스럽게 이뤄진 개발 보류 발표로 여의도와 용산 일대 아파트 매수 계약을 체결한 이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박 시장이 애초 ‘싱가포르 선언’이 줄 파장을 예상치 못했을 리 없다. 박 시장 말대로 새로운 내용이 없는 여의도·용산 미래 구상이었다면 처음부터 입 밖에 내지 말고 조용히 추진하는 게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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