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가 없어서"…밀양화재 소방관 손으로 결박 풀다 구조 지연

다목적칼은 선택 휴대장비..대원별 지급 안해
장성 요양병원 사고 당시 때 '가위' 사용
교통사고ㆍ수난구조시 다목적칼 사용 일반적
도끼는 필수 휴대 장비, 결박 '해제 방식'도 점검해야
  • 등록 2018-02-05 오전 6:30:00

    수정 2018-02-05 오전 6:30:00

지난 26일 오전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41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의 피해를 키운 원인의 하나로 ‘환자 결박’이 제기되는 가운데 당시 소방구조대원들은 맨손으로 결박을 푼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 결박을 푸는데 30초에서 1분 가량 씩 소요된 이유다.

환자 결박을 도구를 사용해 절단했다면 보다 빠른 구조가 가능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다목적 칼은 화재 진압시 필수가 아닌 선택 장비여서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휴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4일 밀양소방서에 따르면 구조대원들은 화재 당시 세종병원 3층 중환자실 침상에 묶여있던 18명 환자의 결박을 맨손으로 풀었다.

박재현 밀양소방서 구조대장은 “장갑을 벗고 손으로 풀었다”고 말했다. 중환자실 구조에 참여했던 노말식 구조1팀장 역시 “장갑을 낀 채 손으로 풀었다”며 “또 다른 대원도 손으로 풀었다고 하는데 나머지 다른 대원들도 손으로 다 풀었을 거다. 다른 장비를 쓸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고 말했다.

박 대장은 세종병원 3층에서 환자 결박을 푸는 데 30초에서 1분이 걸려 구조에 차질을 빚었다고 했다. 노약자는 유독가스에 10초 정도만 노출되더라도 의식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양 화재 사망자의 대부분은 화상이 아니라 유독가스 흡입 등으로 숨졌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환자 결박이 현행법으로 가능한 상황에서 결박을 푸는 데 30초~1분이 걸린 것은 너무 오래 걸린 것”이라며 “(도구로) 끊는 것도 가능했을텐테 만능도끼가 어려웠다면 휴대용 접이식 칼이라도 썼더라면 더 빨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청고시인 ‘구조장비 보유기준’을 보면 현재 화재 진압시 구조대원은 ‘도끼’는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 하지만 ‘다목적칼’은 필수 휴대장비가 아니다. 다만 개인 휴대장비는 사고 유형에 따라 현장지휘관이 조정할 수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필수장비는 대원별로 다 갖춰야 한다는 의미”라며 “선택장비는 최소한 (구조대가) 1개는 보유해야 하지만 재정여건 등 상황에 맞춰 구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2014년 장성 요양병원 화재 현장에서는 결박 환자를 해제하는 데 ‘가위’를 사용했다. 또한 보통 교통사고 현장에서 안전벨트에 묶인 사람을 신속하게 구조할 때도 벨트를 끊는 용도로 다목적칼을 사용한다. 수난구조 때는 다목적칼이 필수 휴대장비가 아니더라도 휴대하는 게 보통이다.

공하성 교수는 “육상구조시에도 접이식 칼을 소방관들이 갖고 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목절칼 (사진제공=소방청)
도끼 (사진제공=소방청)


이에 대해 박 구조대장은 “현장에선 환자를 살린다는 생각에서 안전하고 신속하게 (결박을 손으로) 푸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도끼는 어두운 곳에서 사용하는 것이 위험했고 다목적칼은 개인별로 없어 휴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장은 다만 “요양병원은 많고 앞으로 구조활동이 더 나아져야 하기 때문에 대원들에게 다목적칼 사용과 개인별 지급을 얘기하고 있다”며 “소방서장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자료=소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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