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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캐피탈 호텔 3층 연회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날 마련한 ‘용산 유엔사 부지 매각 설명회’는 건설사와 부동산 개발사(디벨로퍼), 금융사 관계자 등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200여석 규모의 좌석을 꽉 메우고도 모라자 선 채로 메모를 하며 듣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럴만 한 것이 용산 유엔사 부지는 용산공원과 이태원을 연결하는 완충지이자 한남뉴타운에 둘러싸인 서울 최고의 ‘노른자 땅’으로 건설사들과 시행사들이 오랜 기간 군침을 흘린 곳이다.
“낙찰가 1조원 중반대까지 치솟을 수도”
LH가 이번에 내놓은 유엔사 부지의 면적은 전체 5만1762㎡ 중 공원과 녹지, 도로 등 무상공급 면적을 제외한 4만4935㎡(1만3592만평)다. 매각 예정 가격이 최소 8031억원(3.3㎡당 5900만원)에 달하는 대규모 복합시설 건축 부지로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르는 입찰자가 최종 낙찰자로 결정된다. 업계에서는 입지가 워낙 빼어나 낙찰가격이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LH는 미군들이 사용하던 유엔사 부지와 캠프 킴, 수송부 등 3개 부지를 차례로 매각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유엔사 부지는 첫 번째 매물로 남은 2개 부지(캠프 킴·수송부)는 2019년께 순차적으로 매각된다.
용산 일대는 한남뉴타운 사업이 장기간 표류되고 주한 미군 주둔지가 있어 개발에서 소외돼 왔다. 그나마 이태원이나 경리단길 일부에는 상업시설이 들어섰지만 유엔사 부지가 있는 녹사평 대로변에는 지은 지 30년이 넘은 건물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2008년 12월 한·미 합의에 따라 용산에 있던 주한 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하며 분위기가 전환됐다. 한남뉴타운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LH 관계자는 “땅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알짜배기 땅으로 꼽히는 용산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부지인 만큼 건설사들의 관심은 높다”고 말했다.
향후 공급될 아파트 분양가도 관심사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입지가 워낙 뛰어난 데다 인근 고급주택 단지 ‘한남더힐’의 분양가 역시 3.3㎡당 평균 8150만원에 달했던 점을 고려할 때 적어도 3.3㎡당 5000만~6000만원 선에서 분양될 가능성이 크다”며 “초고급 아파트로 짓거나 용산 개발이 가속화되면 분양가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독 입찰에 나서는 대형 건설사도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최고의 랜드마크 단지 조성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데다 사업의 위험도 적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용산공원 활용 방안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데다 이 지역은 남산 조망권 때문에 해발 90m 높이의 고도 제한이 있다. 유엔사 부지의 가장 낮은 곳은 해발 21m, 가장 높은 곳은 해발 45m인 점을 감안하면 가장 낮은 곳에 아파트를 지어도 최대 27층 수준(가구당 층고 2.5m 기준)밖에 지을 수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토지 매입 이후 사업비까지 생각하면 2조원 이상이 드는데 가격이 부담스럽다”며 “의외의 유찰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설명을 들어봤는데 고도 제한 때문에 사업성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유엔사 부지 매각 입찰은 다음달 26일 진행하며 당일 바로 최고가격을 써 낸 낙찰자를 발표한다. 계약 체결은 3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