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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장 많은 학부 강의가 열리던 교내 제1종합관 인근에는 ‘누가 죽었는가?’라고 쓰인 플래카드 뒤에 조문 부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상주 복장을 차려입은 학생들이 부스 안을 지키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학생은 “끝나지 않는 방학을 하는 기분이다”며 “후배들에게 새 학기의 설렘을 알려주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김영우 총장의 배임증재와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촉발한 학내 분규에 총신대가 몸살을 앓고 있다. 김 총장은 2016년 9월 개신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에게 부총회장 후보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총학생회와 학생들은 김 총장이 배임증재뿐 아니라 교비 횡령, 뇌물공여 및 수수 등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총장직에서 내려와야 한다며 지난 1월 29일부터 종합관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총신대는 이달 19일부터 5일간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점거 농성 여파로 이달 2일 개강을 일주일 연기한 이후 두 번째 조치다. 총학생회는 “임시휴업으로 사태 확산을 막으려는 의도”라며 “총장이 사퇴할 때까지 종합관 점거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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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서동욱(38)씨는 “꿈과 기대감을 안고 학교에 들어왔는데 학교가 현재 처한 상황에 마음이 좋지 않다”며 “과제 걱정을 하고 이른 아침 수업 걱정을 하던 시절이 그리워진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사립대학정책과장을 단장으로 하는 8명의 실태조사단을 꾸리고 김 총장의 교비횡령·금품수수 의혹과 학사·인사·회계 운영현황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후 조사결과에서 부당한 사실이 드러나면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학생들은 하루빨리 이전의 학교생활을 누리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총신대 신입생인 한 학생은 “학교에 입학하면 캠퍼스도 거닐고 학교 생활을 누리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이 상황이 해결돼서 선배들과 MT를 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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