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질린 뭉칫돈]②금융공포 커지며 현금 비축 사활..'파킹통장' 뭉칫돈 몰려

5대 은행 '요구불예금' 한달새 28조 급증
저금리 환경에 불확실성 고조
코로나 겹치며 주식시장 폭락
부동산 시장 변동성까지 커져
  • 등록 2020-03-23 오전 6:00:00

    수정 2020-03-23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저금리 환경과 함께 불확실성이라는 공포감이 커지면서 안전한 곳에 ‘현금’을 비축해두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특히 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22일 이데일리가 집계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총수신 잔액은 약 1520조5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5%(105조6540억원) 증가했다. 눈에 띄는 건 자유입출금통장 등 요구불예금의 급증세다. 5대 시중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과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합친 요구불 성격의 예금잔액은 지난해 2월 485조7139억원에서 올해 2월 말 557조4516억원까지 늘었다. 1년 새 71조원 이상의 거액이 몰리면서 14.8% 급증했다. 전년에는 1년 사이 2.1%(9조8960억원) 증가에 그쳤다. 지난 2월 한달동안에만 28조847억원이 늘었다.

반면 정기예금의 증가세는 최근 들어 꺾였다. 지난달 말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46조4913억원으로 1년 사이 약 31조원(5.1%) 증가했다. 이는 전년 증가분인 약 69조원(12.7%) 대비 절반이 채 안되는 수준이다.

은행의 총수신 잔액 중에서 요구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2월말 약 34.3%에서 지난달 36.7%까지 2%포인트 이상 커졌고, 저축성예금은 46.1%에서 45.1%까지 1%포인트 오히려 줄어 대비가 뚜렸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짙어지는 불확실성에‥“언제든 현금화” 요구불예금↑

금융권에서는 최근 주식시장 폭락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의 확대,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 등이 커지면서 언제든지 바로 현금화 할 수 있는 ‘대기성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송재원 신한은행 PWM서초센터 PB팀장은 “최근 증시가 요동치는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불경기 공포’가 일다 보니 사람들이 돈을 어디 묶어두기 불안해하는 추세”라며 “실제 내방 고객도 평소 대비 3분의 1 수준까지 확 줄었고, 많게는 수십억원의 금융자산을 일단 현금으로 두고 나중에 생각하자며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에는 최근 초저금리 기조로 정기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 금리 차이가 미미해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연 2% 금리가 넘는 정기예금 비중은 단 1.3%에 불과하다. 시중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정기예금(1년) 평균 금리 역시 지난해 초 연 2.14%, 7월 1.81%, 올해 1월 1.62% 등 꾸준히 하락했다. 이마저도 각종 조건에 따른 우대금리를 뺀 기본금리(세전이자율)로만 보면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정기예금 금리는 대부분 연 1%대 초반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 ‘금융상품한눈에’에 따르면, 이달 22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일반 정기예금 상품 중 국민은행의 ‘KB Young Youth 증여예금’의 연 1.5%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김다은 기자)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1.25→0.75%)하면서 정기예금 금리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굳이 정기예금에 돈을 묶어둘 유인을 찾기 어려운 환경이다.

반면 요구불예금은 최근 ‘파킹(Parking)통장’을 중심으로 연 1%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파킹통장이란 차를 잠시 주차하듯 짧은 기간 돈을 예치하고 언제든 인출해도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는 자유입출금식 통장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SC제일은행의 ‘SC제일마이줌통장’은 수시입출식 계좌지만 최소 100만원부터 최대 10억원까지 목표 금액을 자유롭게 설정하고 잔액을 유지하면 연 1.0% 이자를 제공한다.

정기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의 금리 차이가 줄면, 자연스럽게 수시입출식예금으로 자산이 몰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마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중의 대기성 부동자금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 부동(浮動)자금은 지난해 말 1045조5064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 현금과 은행의 수시입출식계좌 등 요구불예금, 1년 미만 정기예금 뿐 아니라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단기 현금성 자산까지 포함한 수치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기준금리가 전격 인하되면서 은행의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 금리 차이는 더욱 없어질 것”이라며 “저금리 시대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자금이 언제든 옮겨질 수 있는 곳에 머물며 다른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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