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연임" "모험정신 부족" 최종구 잇단 쓴소리

금융권 경영개입 우려도
"대기업 출신 부적절" 발언 후
황영기 금투협회장 연임 포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전직 임원 음해성 소문" 토로
  • 등록 2017-12-06 오전 6:00:00

    수정 2017-12-06 오전 6:00:00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시중의 우려처럼 유력하다고 여겨지는 경쟁자를 다 인사조치해서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만들어 계속 연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중대한 직무 유기다.”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그룹의 후원을 받아 회장에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지난달 29일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브리핑)

“편안하고 안이한 인생을 살아 모험 정신이 부족하다.”(지난 4일 청년창업 콘서트)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연일 금융권에 쓴소리를 쏟아내며 금융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연임’ 논란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선임 이슈에 대해 작심발언을 쏟아내는 한편 최근 열린 ‘청년창업 콘서트’에서는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창업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인색한 금융권의 보신행태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점점 높아지는 발언 수위를 두고 금융권 내에서는 최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강도 높은 질타에 금융권은 속앓이을 하고 있다.

최종구 ‘발언’…청와대 ‘복심?’

지난달 29일 금융지주사와 금융협회장 인선에 대한 최 위원장의 작심 발언 이후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내심 연임을 자신하던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 4일 차기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을 외교상 기피인물을 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로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 위원장이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그룹의 후원을 받아 회장에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셈이다. 여기에는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가 최 위원장을 통해 전달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업계에서는 최 위원장의 발언이 삼성그룹 출신인 황 회장까지 겨냥한 것으로 본다. 황 회장은 1994년 삼성전자 자금팀장, 1997년 삼성생명 전략기획실장을 거쳐 2001년 삼성증권 사장으로 취임했고 이후 2015년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됐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삼성 출신 인사가 대기업 힘을 믿고 협회장이나 금융공공기관장 자리에 오르는 데 대해 일찌감치 부정적인 기류가 있었다”며 “최 위원장의 발언은 본인의 생각보다는 청와대의 뜻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문재인정부들어 경제·금융계 실세로 떠오른 ‘장하성 사단’에 주목한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같은 고려대 출신 최 위원장과 경기고 동문인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등이 이른바 ‘장하성 사단’으로 분류된다. 장하성 실장과 함께 참여연대에서 재벌개혁 운동을 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마찬가지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금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는 장하성 실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며 “장 실장의 경기고·고려대 인맥이 실세로 등장하면서 장 실장이 기침하면 경제·금융계가 큰 몸살을 앓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언급했다.

“진화한 신 관치다”…금융권 날 선 비판

문제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최 위원장이 꺼리낌없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가 협회장이나 금융회사 CEO에 특정인을 찍어 내리는 일이 줄어든 대신 ‘이 사람은 안된다’며 공개 가이드라인을 주는 방식으로 인사 개입이 진화했다고 분석한다.

관련법에 따라 내부적으로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만들어 잘 시행해오고 있는데 인사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런 발언으로 혼선을 야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자칫 최 위원장의 발언이 민간 금융회사의 자율경영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 내부규정이 강화되면서 오히려 낙하산 인사가 안 되니까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최 위원장 발언을 두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작심한 듯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김 회장은 “전직 임원들이 음해성 소문을 낸다고 들었다”며 “(들리는 루머들이) 사실이 아니기 바란다”고 했다. 평소 말수가 적은 김 회장으로서는 이례적인 반응이다. 김정태 회장과는 불편한 관계가 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경기고·고려대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금융권 인사를 추천해준다는 설이 나오는 상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부작용이 다소 있더라도 CEO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경영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 금융계는 정부는 물론 노조,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외압에 너무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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