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전해철 “北김정은의 사과, ‘사과’ 이상의 의미”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외통위원 인터뷰
북한 피살 사건, 남북관계 개선 계기로 삼아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가장 중요한건 ‘남북관계’
국정원 개혁, 법으로 못박아 권력남용 가능성 일소
  • 등록 2020-10-07 오전 6:00:00

    수정 2020-10-07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우리 공무원이 사망했는데 북한의 사과 한마디가 뭐 그리 대수냐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과는 의미가 매우 크다. 북한이 보내는 시그널을 잡아야 한다.”

서해상에서 북측에 의해 남측 공무원이 피살된 사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과 성명을 한 데에 21대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경기 안산시상록구갑)이 내놓은 해석이다. 국회 정보위원장이자 외교통일위원인 그는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만큼 공동조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고차방정식처럼 꼬였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피살 사건으로 더 복잡해졌다. 전 위원장은 “안타까운 사건이며 우리 국민이 사망한 데에 정당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면서도 “김 위원장의 사과 이후 서로 신뢰를 쌓게 된다면 경색된 관계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국 정세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미국은 대선을 한 달가량 남겨놓고 있으며 스가 내각이 들어선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아직은 묘연하다. 전 위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정세 변화에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관계 당국에 주문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정원 개혁 완수 의지를 남겼다. 댓글 조작 사건과 민간인 사찰 등 권력남용 가능성을 없애고 국가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해철 정보위원장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정보위 최대 과제는.

△정보기관의 기능은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우리기업이 대한 산업기술 탈취와 사이버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코로나19로 각국이 혼란한 상황인 만큼 지체할 수 없다. 국익이 침범받지 않도록 정보위가 역할을 해야 한다. 여야가 협력해 필요한 입법 현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

-국정원 개혁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부서를 없애고 대테러 방첩 기능만 해야 한다. 이를 입법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 일어난다. 참여정부 시절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이 정권이 바뀌니 그대로다. 두 번째는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해야 한다. 시대가 바뀐 만큼 국정원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정보기관은 정보 역할만 하면 되고 수사는 경찰에서 하면 된다.

-야당에서 반대하고 있는데.

△현재 소위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합의 여부를 말하긴 이르다.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부서를 없애는 것에는 여야 간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공수사권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어렵다. 차기 정권이 바꾸려고 해도 국회를 통해야 하는 만큼 어려울 것이다.

-국정원 개혁 이후 정보위의 과제는.

△정보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잘하는지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안보지원사령부가 탈바꿈한 것이 예다. 끊임없이 점검하고 보완할 점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북한에 의한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의 대응은.

△사실 국정원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의지를 보인 건 의미 있다. 신속했던데다 사과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관계는 밝혀야 하는 만큼 북측에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공동조사라는 게 사건 현장에 직접 가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확인하는 것도 포함된다. 조심스럽지만 진실은 밝혀야 한다. 공동조사가 경색된 남북한의 대화를 복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서로 친서도 전달되고 있다.

-피살 사건 이후 남북관계 전망은.

△북미 하노이 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고 대화도 끊겼던 게 사실이다. 이 와중에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공동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양측의 신뢰를 쌓는다면 관계를 풀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사과한 것이 그렇게 큰 의미인지 와 닿지 않는 이들도 있다.

△북한은 서해 교전 이후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의미가 매우 크다. 반응이 없었거나 되려 우리를 비난했다면 남북관계에 더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사과하는 과정도 이례적이고 앞으로 남은 문제를 푸는 것에도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탈북민의 재입북 문제도 남아 있다.

△탈북민을 어떻게 정착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지난 10년간 탈북민의 재입북자만 29명이다. 대부분이 정착 실패와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통일부와 국정원 그리고 경찰 등이 탈북민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데 세부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

△판문점 선언 등 계기가 있었음에도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었던 건 북미 관계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가 최선을 다했나 돌아봐야 한다. 한미워킹그룹같은 경우 대북제재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인데 오히려 강화하고 있어 점검이 필요하다. 숙제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문 정부 역시 최근 안보라인을 교체했으며 스가 총리 취임 후 통화 회담을 시도하고 있다. 이 역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좀 더 창의적인 방식을 고민해 봐야 한다.

-미국 대선과 남북관계 영향은.

△한 달 남은 미국 대선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북미 관계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 본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유지·진전되는 게 중요하다. 이번에 미국과 동맹대화를 신설한 건 큰 의미가 있다. 미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가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남북관계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처참한 사고 현장
  • 미모가 더 빛나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