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미 증시에서 기술주들이 큰 폭 상승한 데다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투자심리가 다소 되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주가 상승 트리거(방아쇠)를 찾기 어렵다고 보고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8만원대로 속속 낮추고 있어 당분간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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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보다 4.01% 오른 6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6만7000원대로 올라서면서 시가총액도 402조원으로 300조원 후반을 벗어나게 됐다. 지난 21일 이후 6거래일 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2일부터 5거래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내렸다. 특히 전날에는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도 장중 6만4500원에 거래되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신저가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팔아치우기에 바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3조4242억원, 기관은 1조1878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치운 물량을 개인들이 다 받아냈다.
불확실성 언제 걷힐까
문제는 삼성전자를 둘러싼 시장 불확실성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연준의 고강도 긴축 행보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핵심 부품과 장비 부족 현상 등이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재봉쇄 등 매크로(거시경제) 이슈가 장기화하면서 반도체 수요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결과적으로 2분기 메모리 가격이 기존 예상을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 부문별 성장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는 압도적 기술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디스플레이는 중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 본격화로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다”며 “스마트폰과 가전은 프리미엄 제품의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전방 수요 정체 한계가 상존하고, 주주환원도 경쟁사 대비 부족해 주가 상승 트리거를 찾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짚었다.
증권사들의 목표가가 ‘8만전자’로 모아지면서 ‘10만전자’로의 도약은 쉽지 않아 보인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경기 개선을 확신케 하는 경기 선행 지표들의 개선이 나오기 전까지는 삼성전자 주가가 역사적 평균 배수인 1.6배 수준(8만원대 초중반)을 넘어설 가능성도 높지 않은 것”이라며 “당분간 이러한 주가 구간을 이용한 매매를 권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