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이냐 회생이냐 기로에 선 대우조선..5가지 궁금증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 D-4
  • 등록 2017-04-13 오전 6:00:00

    수정 2017-04-13 오전 6:00:00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이데일리DB.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운명의 일주일을 남겨두고 있다. 오는 17~18일 열리는 5차례의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이 가결되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고 회생할 수 있지만 조정에 실패하면 초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프리패키지드플랜)이 가동된다. P플랜 가동되면 각 종 변수로 대우조선의 회생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데일리는 대우조선과 금융권, 채권단이 엉켜 있는 궁금증을 5가지로 정리했다.

①자금 등 누가 얼마를 어떻게 지워하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대출)해주고 산은과 수은이 갖고 있는 기존 무담보채권 1조6000억원을 100% 출자전환(주식으로 바꿔 받는 것)해준다. 다만 전제조건은 모든 이해 관계자의 고통분담이다. 대우조선이 작년에 마련한 자구계획을 계획대로 이행하는 것은 물론 대우조선 임직원들은 임금을 일부 반납해야 한다. 대우조선 노사는 지난 6일 임금 10% 추가 반납에 합의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과 일반 채권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에 대해서도 출자전환과 상환 유예 등 조정이 필요하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시중은행은 무담보채권 7000억원을, 사채권자들은 회사채 1조3500억원, 기업어음(CP) 2000억원을 들고 있다. 이들에 대한 출자전환 비율은 시중은행 80%, 사채권자 50%로 산은, 수은보다는 유리하다. 채무조정이 계획대로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대우조선의 채무 3조8500억원 중 2조9350억원(75.2%)이 출자전환을 통해 주식으로 바뀐다.

②대우조선 회사채, 누가 들고 있나?

기관투자자가 80%, 개인이 2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사채권자는 국민연금으로 전체 물량의 30% 정도인 3900억원 어치 채권을 갖고 있다. 우정사업본부(1800억원)의 물량도 적지 않다. 사실상 국민연금의 선택에 채무 조정의 성사가 달려 있다.

국민연금은 채무조정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며 추가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11일 산은 실무진과의 면담에서 이달 만기 채권의 원리금 상환을 3개월 유예해줄테니 제3의 기관을 통해 대우조선 관련 자료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산은에 제안했지만 산은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말께야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③채무조정 실패하면 어찌 되나?

정부가 예고한 P플랜이 가동된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장점을 결합한 P플랜은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제도다. 법정관리의 일종이기 때문에 법원이 관련 채무를 강제 조정할 수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시중은행, 사채권자 등이 모두 90% 수준의 출자전환을 하게 된다. 다만 기존 법정관리와 달리 신규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 대우조선이 내년까지 부족한 자금 2조9000억원의 수혈은 가능하다.

자율적 채무조정보다 출자전환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채무 측면에서는 대우조선의 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나 대우조선이 수주해 건조중이거나 건조 예정인 선박들의 취소 가능성이 생긴다. 수주 산업 특성상 조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선주들이 기존에 발주했던 선박을 취소할 수 있는 ‘빌더스 디폴트(Builder‘s Default)’ 조항 때문이다.

대우조선 유동성 위기의 단초가 된 소난골과 드릴십이 주문한 2척의 경우 계약 취소가 유력하다. 소난골은 드릴십 용선처도 찾지 못했고 자체적으로도 경영난에 빠져있다. 대우조선은 배를 다 만들어놨지만 잔금 1조원은 받을 수 없게 된다.

파산설이 무성한 유전개발업체 시드릴이 발주한 드릴십 역시 건조가 진행중으로 원가가 투입된 상황인데 발주 취소시 대우조선은 최대 1조원을 날리게 된다. 소난골과 시드릴 건만 해도 2조원 규모다. 산은은 빌더스 디폴트로 8척 정도가 취소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낙관적인 전망이다. 아직 용선처를 찾지 못했거나 선가가 지금보다 비쌀 때 발주된 선박을 감안하면 40척 정도는 취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다.

④대우조선은 회생할 수 있나?

산업은행과 대우조선은 이번 지원안과 자구계획을 통해 대우조선이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년 뒤 매출은 지금의 절반 수준(연 6조원)으로 줄겠지만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732%에서 257%로 대폭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계획대로라면 차입금은 2조원대로 축소된다. 올해와 내년 총 84척의 선박이 정상인도되면 현재 금융권이 안고 있는 선수금환급보증(RG) 13조5000억원 중 9조1000억원이 해소된다. 손실위험이 줄어든 만큼 매각 등 후속 조치를 취하기 용이해지는 측면이 있다.

반면 채무 조정에 실패해 P플랜으로 가면 선박 취소 등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는 대우조선이 회생에 실패하고 청산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협력업체들과 기자재업체들은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 연쇄부도가 이어질 수 있다며 초긴장하고 있다.

⑤한국 조선산업은 어떻게 되나?

2000년대 들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조선 국가로 올라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장기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돌파구로 삼았던 해양플랜트 사업 역시 초기 시행착오를 거치며 혹독한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2014년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불황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올초 배럴당 50달러를 넘으며 기대감이 피어났지만 미국 셰일오일이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유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작년 조선업 보고서를 통해 한국 조선산업이 현재의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권단 역시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대우조선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효율화를 견인해 대우조선을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빅2 체제를 고려한 운영을 하고 있다”며 “작고 단단한 회사로 만들어 ‘주인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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