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금융노조 파업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 등록 2016-09-27 오전 6:30:00

    수정 2016-09-27 오전 6:3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위에서 막아서 한 명 밖에 못 갔어요”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금융노조)이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겠다며 파업에 들어간 지난 23일 한 시중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창구 직원에게 파업의 영향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을 건넸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이렇게 답했다.

파업 전날에는 기업은행이 노조원에게 파업 참석여부를 밝힐 것을 종용하면서 퇴근을 못하게 막기도 했고, 파업 당일 지방에서 전세버스를 대절해 파업장소인 서울 상암동으로 올라오는 노조원들을 지점장이 택시를 타고 따라와 휴게소 등에서 막판 설득작업을 벌였다는 얘기도 들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막판 금융노조의 파업 철회를 촉구하면서 은행 경영진을 압박했으니 은행 입장에서는 최대한 파업 참가를 막아야 했을 것이다.

은행이 이처럼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인 덕인지 우려했던 은행권 총파업은 큰 혼란 없이 무난하게 넘어갔다. 일각에서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금융노조가 2차, 3차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정부와 은행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취업규칙 및 임금규칙이 불이익한 변경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 결론이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및 은행 사측과 금융노조 사이에 대화와 논의는 실종됐다. 양측 모두 상대방이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계속 대화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무조건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총파업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사측은 노조 측이 성과연봉제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안건을 철회하라고 요구해 은행별로 각각 노사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사용자협회까지 탈퇴했지만, 산별노조 소속을 이유로 협상할 여건이 안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성과연봉제가 민감한 이슈인 것은 분명하다. 노조는 은행들이 영업점별로 성과 목표치를 부여하고 있고, 개인의 성과를 측정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통해 성과를 차등 지급하는 등 이미 성과연봉제를 어느 정도 도입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 연봉 자체는 근무연한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호봉제다. 충분히 무임승차가 가능해 무늬만 성과연봉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은행은 대표적인 ‘대마불사’였다. 과거 위기 때마다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을 수혈받아 살아났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사’라는 표현보다는 ‘금융기관’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한 이유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면 “장사 잘했다”, “경영전략이 적중했다”는 식의 칭찬이 쏟아지지만 은행이 수익을 많이 냈다고 하면 시선이 곱지 않다. 돈 장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 논란과 맞물려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돈 벌었다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은행권이 이런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성과연봉제 도입 자체를 거부할 게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쉬운 해고’나 ‘불완전 판매’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제안해야 한다.

정부와 사측도 무조건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수십 년간 이어온 관행을 한순간에 바꾸고자 하면 이에 따른 충격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현 정부 임기 내에 관철해 업적으로 남기는데 집착하지 말고 충분히 시간을 갖고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강 대 강으로 서로 맞불 놓은 전략을 고수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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