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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생방실’ 흡연부스에 흡연·비흡연자 모두 불만
흡연시설의 관리는 자치구에 따라 해당 구청에서 직접 관리하거나, 민간에 위탁한다. 민간에 위탁한 경우에는 관리업체가 흡연시설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흡연자들이 편히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에도 적극적이다. 반면 자치구가 직접 관리하는 곳은 관리소홀로 흡연자들에게 외면 받기 십상이다.
광진구는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 2번 출구 옆에 3평(10㎡)짜리 폐쇄형 흡연부스를 운영 중이다. 2호선 건대입구역의 하루 유동인구는 6만 4866명. 서울의 지하철역 307개 역사 중 유동인구 수로는 15위에 해당한다.
많은 유동인구를 수용하기엔 지나치게 좁을 뿐더러 환기가 잘 안 된다. 바닥의 타일은 깨져 있고 좁은 흡연부스 안에 청소도구까지 쌓아 놓았다. 이 곳을 이용하는 흡연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흡연자들은 흡연부스 뒷 편에 위치한 야외공연장인 ‘청춘뜨락’으로 간다.
청춘뜨락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직장인 심모(23·여)씨는 “지하철 출구 옆 흡연시설은 좁은데다 환기가 안 돼 화생방 훈련장 같다”고 했다. 청춘뜨락은 공식적으론 금연구역이다. 흡연금지 표시가 곳곳에 붙어 있다. 하지만 담뱃재를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이 비치돼 있고 단속도 없어 흡연자들이 즐겨 이곳에서 담배를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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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찾은 신촌 지하철역 4번 출구 부근. 금연구역 표식 아래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남배를 피우고 있었다.
직장인 임모(36)씨는 “금연구역인 것은 알지만 신촌역 부근에는 마땅히 담배를 피울 만한 곳이 없다. 어쩔수 없이 이 곳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말했다.
또 연세로 부근의 술집 앞이나 골목 사이사이마다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비흡연자인 장모(39·여)씨는 “흡연자들은 골목 구석에서 핀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앞을 지나쳐야 할 때는 담배연기 때문에 너무 괴롭다”며 고개를 저었다.
흡연시설 부족한데 설치 안 늘린다는 서울시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흡연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는 조례로 금연구역내 흡연시설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흡연을 조장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지난해말 몇몇 서울시 시의원들이 이 조례를 개정하려 했다. 법제처는 국민건강증진법상 금연구역 내 흡연시설 설치에 대해 별도의 제한이 없는 만큼 하위법인 조례가 이를 제한할 경우 상위법과 충돌할 수 있어 조례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기존 조례 개정에 반대한데다 시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사실상 무산됐다.
시 관계자는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것은 비흡연자의 협연권 보장도 있지만 담배를 피우기 쉽지 않도록 해 흡연자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라며 “앞으로도 시 차원에서 흡연시설을 설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 거리나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는 흡연자들을 계도해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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