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팔았어"..집값이 뛰니 우울해지는 이들

  • 등록 2018-02-16 오전 8:11:00

    수정 2018-02-17 오전 8:46:49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부동산 중개업소 창문에 아파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서울 서초구에 사는 박모(46)씨는 작년 겨울부터 주말마다 취미에 없던 등산을 다닌다. 재작년에 판 아파트의 매맷값이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아 속에서 치미는 화를 다스리기 위해서다. 결과론이지만 그 아파트를 묵혀뒀으면 수억원대의 차익을 더 볼 수 있었다는 생각에 자다가도 속에서 천불이 난다.

서울 아파트값이 고공비행을 지속하면서 ‘매도 타이밍’을 너무 일찍 잡은 이들이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강남권뿐만 아니라 강북 아파트까지 가격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집을 팔지 않고 갖고 있었다면 ‘웃돈’을 수억원 더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 2010년 6억원대 초반을 지불하고 반포동 A아파트 전용면적 85㎡를 매입, 2016년 11월 10억원에 매도했다. 약 4억원 가량 차익을 남겼으니 썩 괜찮은 장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건축 단지도 아닌 그 곳이 인근 반포 재건축 영향을 받아 더 뛴데다 해를 넘겨서도 상승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박씨는 “당시 부동산 상승기가 끝나리라 생각하고 집을 팔아 인근에 전세로 옮겼는데, 요새 A단지 시세를 보면 부아가 치민다. 길 가다가도 그쪽은 쳐다보지 않는다”며 “투자 판단은 내 결정이었지만 올라도 너무 오르다 보니 우울증이 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강남 아파트값은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한 차례 조정을 거친 뒤 상승세를 지속해 왔다. 16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전월 대비 증감률은 2011년 5월부터 2013년 9월까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그러던 2014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초이노믹스’를 내세우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재건축 연한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안 등을 제시하자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 아파트값 월간 상승률은 0.5%대 안팎으로 상승 전환하더니 2016년 10월에는 0.72%까지 뛰었다. 당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월간 상승률은 1%대였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 0.29%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한강을 건너 아파트 투자 열기가 불붙은 성동구에도 유사 사례가 있다. 안모(43)씨는 지난 2012년 성동구 성수동 한강 조망권 B아파트 전용 85㎡를 5억원대 중반에 샀다. 그 역시 2016년 7억7000만원에 털고 약 2억원 차익을 봤는데 이 단지의 시세는 작년 연말 기준 9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안씨는 “인근 새 아파트를 매입하고 전세로 옮겼는데 더 연식이 오래된 B아파트가 한강 조망권 및 강남 입지 프리미엄으로 더 뛰었다”며 “예전에 가졌던 집이 10억원을 바라보고 있고 솔직히 더 오를 것 같다. 집값이 떨어져야 속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도·매수 타이밍은 어차피 개인의 결정이지만 최근 시장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워낙 급상승장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매도 시점을 잘못 잡게 된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집값은 지난 5년간 계속 올랐는데 작년부터 이어진 정부의 고강도 규제책이 더 가격을 상승하게 한 측면이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초이노믹스 시행 기점으로 한 차례 조정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는데 오지 않았고 상승을 거듭, ‘강남 불패’ 심리가 더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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