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기거래 '절충교역' 중단…韓 방위산업 기술독립 선언(종합)

방사청, 美 대외군사판매 ‘절충교역’ 중단키로
美, 번번히 약속 어겨 軍 전력 증강 사업 차질
지난 10년간 절충교역 기술이전 이행률 34%에 그쳐
국내 기술 최대 이용, 외산 기술 필요시 제값주고 구매
  • 등록 2017-04-11 오전 8:00:00

    수정 2017-04-11 오전 8: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군 당국이 미국 정부로부터 무기를 사는 대가로 받는 기술 이전 등의 ‘절충교역’을 더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이 번번히 약속을 지키지 않아 우리 군의 전력 증강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한국이 미국 정부와의 무기거래에서 절충교역을 끊는 것은 1983년 이후 32년만이다.

절충교역은 외국의 무기를 구매하는 대신 관련 기술을 이전받거나 국산 무기 및 부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교역형태다. 만약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100억원 어치의 무기를 구매했다면 미국이 10억~50억원의 가치 만큼 무기 관련 기술을 이전해주거나 국내 기업들의 판로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32년만에 美 절충교역 중단, 기술 독립 선언

10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절충교역 관련 내부 지침을 개정해 올해부터 미 정부와의 무기거래를 의미하는 대외군사판매(FMS)에서 절충교역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단 개별 기업과의 거래(상업구매)에선 기존대로 절충교역을 진행한다.

우리 방위사업법에 따르면 국외 구매 군수품의 금액이 1000만 달러(약 114억원) 이상이면 절충교역을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시행령에서 FMS 방식은 예외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사청은 이를 근거로 대미 FMS 구매시 절충교역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방사청의 이같은 결정은 미국의 ‘갑질’에 더이상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친 신조어) 취급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무기 구매 대가로 약속했던 기술 지원 시기를 늦추기 일쑤였다. 핵심 기술 이전 약속을 뒤집기도 했다. 전투기 구매 조건으로 우리에게 무상으로 주겠다던 군사통신위성도 해당 업체의 비용 분담 요구로 사업이 지연됐다.

록히드마틴은 우리 공군의 차기 전투기로 F-35A를 제안하면서 절충교역으로 20억 달러에 해당하는 기술이전과 한국군 합성전장모의시스템(LVC) 구축, 군사통신위성사업 지원 등을 내걸었다. 미 공군의 F-35A 전투기가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록히드마틴]
국방부에 따르면 2016년까지 지난 10년간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무기 구매액수는 36조원에 달한다. 이중 FMS 방식으로 구매한 무기가 27조원 어치다. 우리 정부는 미국에 절충교역으로 총 2491건의 기술 이전을 요구했지만 실제 반영된 것은 34%에 불과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FMS 절충교역의 경우 계약은 미국 정부와 체결하지만 기술 이전 등 반대급부 협상은 미 방산업체와 해야 하기 때문에 이행을 강제하기 힘들다”면서 “절충교역 대신 국내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고 해외에서 도입해야 하는 기술은 제값을 주고 구매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만을 바라보며 ‘희망고문’을 당하느니 차라리 상업 구매로 해외에서 필요한 기술을 사고 우리가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은 국내 조달하겠다는 의미다.

기술 수혜국에서 수출국으로, 美 기술통제 심해져

절충교역은 미국이 해외에 자신들의 안보정책을 투사하는 용도로 활용하던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 국가들에 대한 원조계획인 ‘마셜플랜’(Marshall Plan)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과 옛 소련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지원은 공산주의 세력확장을 저지하는 수단이었다. 서유럽 국가들에 무기를 판매하고 그 대가로 기술이전과 이들 국가가 생산한 군수품 판로 개척 등을 지원했다.

한국 역시 미국의 군사적 원조를 받은 대표적인 나라다. 절충교역을 통해 선진 무기체계 기술 확보와 경제적 파급 등의 효과를 봤다. 실제로 국산 명품무기로 꼽히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현무’ 탄도미사일, T-50 항공기 등은 미국 기술이 밑바탕이 됐다. 충남 서산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ADD) 항공시험장도 절충교역의 산물이다.

현재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개발하고 있는 한국형전투기(KF-X)도 절충교역의 성과로 시작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다. 우리 공군이 차세대 전투기를 F-15K와 F-35A로 결정하면서 미국 보잉과 록히드마틴으로부터 각각 27개와 21개 기술을 이전받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방위산업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국의 견제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한국이 국산 무기체계 개발을 통해 자국 방위력 개선에 더해 해외 수출까지 진행하고 있어 세계 방산시장에서 경쟁자가 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KAI는 T-50 항공기를 앞세워 미군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APT 사업은 미 공군이 운용 중인 T-38 탈론 고등훈련기의 노후화에 따른 교체사업으로 사업규모만 17조원에 달한다. KAI는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미 보잉과 경쟁한다.

미국과의 절충교역으로 이전 받은 기술로 우리 군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방위사업청]
절충교역 믿다 잇딴 손해…美의존도 낮추고 기술 자급자족 나서

방위사업청이 미 정부와의 절충교역 중단을 결정한 배경에는 우리 군 통신위성 확보 사업이 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9월 록히드마틴과 F-35A 40대를 7조4000억원에 도입하기로 계약하면서 절충교역으로 록히드마틴은 군사통신위성 1기를 제작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은 지난 해 9월 사업을 이행하는데 소요비용이 합의 당시 판단한 비용보다 크게 초과한다며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그러고선 우리 정부에 초과 비용에 대해 분담을 요청했다. 방사청은 미국 정부의 중재로 사업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1년 6개월 가량이나 사업이 지연돼 3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실전배치 시기 지연과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는데도 정부는 록히드마틴에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그냥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군사통신위성은 반드시 확보해야 할 전력이라 이를 받지 못할 경우 새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피해 액수가 눈덩이 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절충교역에만 의존해 방위력 개선 사업을 진행할 경우 사업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뿐더러 군 전력에도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절충교역(offset orders): 국제 무기거래 관행으로 무기를 판매하는 국가가 사가는 국가에 기술 지원 및 이전, 국내 생산부품 조달 등의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교역이다. 한국은 경쟁 입찰시 무기구매액의 50% 이상을, 비경쟁 입찰시 10% 이상을 절충교역 비율로 설정해 상대국에 해당 가치만큼의 반대 급부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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