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2도에서 20일 익혀라…김치는 원래 과학이었다

  • 등록 2008-11-13 오전 11:37:01

    수정 2008-11-13 오전 11:37:01

[조선일보 제공] 이선희(38) 조리장의 하루 일과는 '배추 문안 인사'로 시작한다. 밤새 배추가 잘 절여졌나 확인하는 것이다. "김치는 절이기가 가장 중요해요. 배추 절임 상태가 김치 맛의 70%를 좌우한다고 봐요." 이 조리장은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 '수펙스(SUPEX) 김치' 맛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수펙스 김치는 1㎏에 2만원으로 1㎏당 5000원 정도인 일반 포장김치의 4배. 값비싼 김치를 만드는 색다른 노하우를 이 조리장에게 들어봤다.


■ 배추 절일 때 소금물에 담그지 마세요

이선희 조리장은 배추를 절일 때 소금물에 담그지 않는다. 대신 소금을 손으로 배춧잎에 뿌린다. "배추 속 채우듯 해요. 이렇게 해야 속이나 줄기나 균일하게 절여지거든요. 소금물에 담그면 편하기는 하지만 한쪽이 너무 절여져 무르거나 덜 절여져 싱겁거나 해집니다." 물론 마른 배추에 소금을 뿌리지는 않는다. 배추를 물에 담가 물기를 충분히 머금게 한 다음 소금을 뿌린다. 

▲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 수펙스 김치연구실. 촬영을 위해 김치를 비커에 넣어봤다. / 조선영상미디어

염도는 계절에 따라 다르게 조절한다. "배추가 좋은 한겨울에는 염도를 최고 9%까지 올려도 됩니다. 한여름에는 4%로 낮추죠. 저온에서 오래 절이는 것이 좋아요. 어떤 논문을 보니까 섭씨 10도 이하에서 16~20시간이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저온에서 오래 절이는 건 '솔트 쇼크(salt shock)'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소금이 많이 들어가면 세포가 갑자기 줄어들면서 삼투압현상이 급격하게 일어납니다. 짠기를 콱 먹어서 단맛이 줄고 짠맛은 올라가 김치 맛이 떨어집니다."

■ 김치 숙성은 김치냉장고에서

김치를 담그면 일단 바깥에서 이틀이나 사흘쯤 익힌 다음 김치냉장고나 냉장고에 넣어 두고 먹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선희 조리장은 김치를 담그면 바로 김치냉장고에 집어넣는다.

0~5도 저온에서 겨울에는 20일, 여름에는 15일 정도 숙성시킨다.

"김치 숙성은 온도와의 싸움이에요. 김치를 발효시키는 미생물은 섭씨 2도면 번식합니다. 미생물이 너무 급격하게 증가했다가 급격하게 온도가 낮아지면서 활동이 떨어지면 맛에 좋지 않다고 봅니다. 천천히 급격한 변화 없이 발효시켜야 김치 맛이 가장 좋다고 봅니다."

■ 고추는 씨 빼고, 젓갈은 새우젓만

수펙스 김치에는 새우젓 중에서도 가장 좋은 육젓(음력 6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젓갈)만 쓴다. "서울·경기 지역 양반가 김치 맛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고춧가루는 고추 과피 외에 고추씨를 섞어 빻기도 한다. 이선희 조리장은 고추씨를 사용하지 않는다. "고추씨가 너무 많으면 텁텁해지거든요. 고추씨를 넣으면 매운맛이 솔솔 나는 게 좋기도 해요. 일반 가정에서는 고추씨를 10~15% 정도 섞어 써도 괜찮고요."

■ 김치는 온도 변화 없이 국물에 잠기도록 저장

익은 김치는 온도 변화가 없이 일정하게 섭씨 0~2도를 유지할 수 있는 곳에서 보관한다. 김치는 공기와 접촉하면 빨리 익어 산패된다. 먹을 때는 한 끼에 먹을 만큼만 덜어 먹는다. 꼭꼭 손으로 눌러 중간에 공기를 빼주고 국물에 잠기도록 해 공기와 접촉을 최대한 막는다. 절인 우거지나 비닐을 덮는 것도 괜찮다. 젖은 손으로 김치를 꺼내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김치가 시는 건 김치 내 산도가 낮아지기 때문. 달걀 껍데기나 삶은 밤 껍질 같은 알칼리성 재료를 김치 사이 넣어두면 신맛이 조금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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