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읽어주는 남자]‘군 소음 배상금’으로 산 간식, 문제될까

충당금은 회계상 개념…돈에 꼬리표는 없으니 간식비로 써도 피해자 배상엔 차질 없어
국민 세금으로 간식 주고 '대통령이 하사했다'고 표현한 건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아
  • 등록 2015-10-03 오후 12:50:00

    수정 2015-10-03 오후 12:50:00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을 맞아 부사관 이하 병사들에게 격려카드와 특별간식을 ‘하사’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들어간 돈은 청와대 예산이 아니라 ‘군 소음 피해 배상금’으로 책정된 예산 가운데 12억원을 전용한 것이었지요.

이걸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무성했는데요. 대통령이 직접 `한턱` 쏠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알고 보니 군 소음 피해자들에게 줘야 할 돈이었기 때문에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이렇게 미리 배정된 예산을 막 전용해도 되는 걸까요? 불현듯 회계상의 문제가 되진 않을지 걱정이 들었습니다. 회계 읽어주는 남자가 알아보지 않을 순 없겠지요?

먼저 ‘군 소음 피해 배상금’은 일종의 충당금입니다. 기업에서 충당금은 앞으로 나갈 것이 확실한 비용을 미리 손실로 털어내는 계정이지요. 대출을 해 준 돈이 떼일 것 대비해서 쌓아두는 것이 대손충당금,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해 피해자에게 줘야 할 비용은 손해배상 충당금, 건설회사가 예상 손실을 합리적으로 추정해 미리 손실로 털어내는 것이 공사손실충당금이란 계정들입니다. 이렇게 미리 손실로 털어내지 않으면 이 돈들이 당기순이익에 반영될 테니 주주 배당금이나 시설 재투자 등으로 써버릴 우려가 있어 이렇게 없는 돈인 셈 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각종 충당금은 회계상의 계정일 뿐 실제 현금을 어딘가 금고에 넣어 놓고 쓸 수 없도록 묶어둔 돈이 아닙니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으니까요. 이익을 줄여 쓸데없는 데 지출을 하지 않도록 장부에만 기록해 둔 것이지요. 당기순이익이든 손실이든 매출 거래가 발생하면 생겨나는 ‘발생주의’ 회계에서 비롯된 것이지 실제 현금이 들어오거나 빠져나간 것은 아닙니다.

실제 현금을 절대로 쓰지 못하게 묶어두는 충당금은 퇴직급여충당금 정도가 될 겁니다. 직원이 갑작스럽게 퇴사를 하면 회사는 퇴직금을 줘야 하는데, 회계장부에만 퇴직급여충당금이라고 기록해 놓고 실제로는 내줄 수 있는 현금이 없다면 매우 난감해지겠지요.

이런 원리를 적용하면 군 소음 피해 배상금 1308억원도 회계장부상의 충당금으로 미래에 지출될 돈으로 처리된 계정일 뿐입니다. 1308억원을 금고에 꽁꽁 묶어둔 것은 아니지요. 여기서 12억원을 빼서 특별간식을 샀다손 치더라도 실제로 피해 배상금으로 써야 할 일이 생기면 이 계정에 잡아놓은 금액은 무조건 피해자들에게 지급돼야 하는 겁니다. 슬쩍 빼낸 돈 때문에 배상금 지불할 돈이 모자라는 상황이 생기면, 예산을 더 배정하는 한이 있어도 피해 배상은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하죠. 회계장부에도 그렇게 쓰도록 설정해 놨으니까요.

그럼에도 국민 정서가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충당금을 전용했든 간에, 그 돈은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인데 마치 대통령이 국군 장병에서 ‘하사했다’고 생색을 내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그저 군인들 고생한다고, 국민이 더 열심히 국방의 의무를 다해 달라고 주는 간식이라고 표현해도 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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