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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H₂O)은 수소(H)와 산소(O)가 결합해 이뤄진 물질이다. 기본적으로 두 원자는 전자를 공유하는 ‘공유결합’으로 뭉쳐지지만 약한 양성(+)을 띠는 수소가 다른 물 분자의 산소(-)에 달라붙는 ‘수소결합’도 나타난다. 수소결합은 공유결합보다 에너지는 약하지만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물의 특성을 결정한다.
물속에 다른 물질이 들어오면 수소결합 때문에 구조나 성질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몸을 이루는 단백질이나 핵산 같은 생체분자들은 물속에서도 구조적으로 안정하게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비공유 상호작용이라고 추정해왔으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엔-파이스타 상호작용(n→π*)’이다.
김영삼 교수는 “수소결합의 에너지가 엔-파이스타 상호작용보다 강하기 때문에 물속에서 엔-파이스타 상호작용이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는 관측 전에는 알 수 없었다”며 “‘이차원 적외선 분광법(Two-Dimensional InfraRed Spectroscopy, 2D IR)’을 활용한 이번 연구로 물속에서도 엔-파이스타 상호작용이 존재하며 수소결합과 경쟁하면서 분자를 안정화시킨다는 걸 최초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물을 매개로 하는 두 구조 사이의 매우 빠른 교환이 단백질을 비롯한 생체분자의 구조를 더 안정하게 만든다”며 “물과 대상 분자의 수소결합이 끊어졌다 연결되기를 반복하면서 무질서도가 증가하고 약한 에너지를 가진 엔-파이스타 상호작용도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2D IR은 수십 펨토 초 시간 폭을 갖는 적외선 3개를 피코 초 단위의 시간차를 두고 분자에 쐬면서 분자 구조와 매우 빠른 움직임을 관측하는 기술이다. 파장이 긴 적외선은 에너지가 낮기 때문에 자외선이나 가시광선처럼 화학적·생물학적 반응은 잘 일으키지 않는다. 이 덕분에 2D IR은 생체분자의 실제 작용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