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기업, 면접때 뭘 묻나 했더니..."

  • 등록 2013-03-18 오전 11:35:28

    수정 2013-03-18 오후 10:46:37

[이데일리 정태선·한규란 기자] “스펙보다는 열정과 도전정신이 경쟁력이다.”

상반기 대졸 공채가 시작된 가운데 대기업들이 ‘탈 스펙’을 내세우며 토익이나 학점 자격 등 천편일률적인 잣대보다 열정과 끈기, 업무능력과 조직친화력 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럼 5분 남짓 주어지는 면접시간 채용담당 면접관은 수많은 지원자 가운데 원하는 인재를 어떻게 가려낼까. 각 기업의 경험 많은 면접관은 허를 찌를 질문으로 스펙만 가지고는 알 수 없는 지원자들의 내공을 간파한다고 한다.

“철을 사용하지 않은 물건 중에 철로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을 2개만 예시하고,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 보세요”,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다시 말하지 못하도록 하는 몇가지 방법을 제시한다면?” 포스코(005490) 면접관이 지원자를 가릴 때 한 질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철보국(철을 만들어 나라에 바친다)의 창업이념처럼 도전정신이나 열정뿐 아니라 애국심을 포스코 인재의 주요 척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올바른 역사의식과 국가관을 갖춘 인재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한국사 자격 보유자에게는 가점을 부여한다. 또 일반 신입사원 채용 외에 올해 포스코는 해외채용, 포스코 학부 산학장학생제도나 군전역장교 채용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인도, 중동, 중앙아시아, 러시아, 남미 등 신성장 지역에서 거주한 경험자나 벤처창업 경험자들을 우대하기로 했다. 아직 채용시기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선발 인원은 3750명 정도다.

선제적으로 행동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을 인재상으로 꼽는 GS칼텍스 역시 ‘한국사 소양’이 합격의 주요 변수다. ‘국가의 정체성을 갖춘 인재가 진짜 인재’라는 것. 지난 2008년부터 국내 대기업 최초로 국사시험을 치른다. 최종 면접 때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직접 면접한다. 작년 하반기 채용 면접에 나선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은 토익점수가 평균보다 100점 가량 낮은 지원자를 상대로 ‘영어 점수가 낮은데 합격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합격 발표 후 입사 때까지 남은 두달여 동안 영어로만 말하고 생각해서 최대한 보완하겠다”며 긍정적이면서도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 지원자가 합격하는 경우도 있다. 최종 면접 때는 지원자의 대답이 맞거나 틀린지를 판단하기보다 지원자의 태도와 자질, 대처능력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 GS칼텍스는 오는 22일까지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 지원서류를 접수한다.

유교적인 분위기에 인화를 중요시하는 LS(006260)그룹은 인사 담당자가 최근 효도한 경험을 묻기도 한다. 30대 중반의 한 지원자는 고시에 번번이 실패하고 뒤늦게 취업을 준비하다보니 제대로 효도한 경험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고 나이가 많았지만 면접관을 진정성으로 감동시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취미를 묻는 질문에 ‘운동화 수집’이라고 답한 한 지원자는 운동화 자랑에 열을 올리다가 ‘그 돈은 어떻게 마련했냐’는 질문에 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박해룡 LS산전 이사는 “부모에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조직생활도 원활하게 잘한다”며 “짧은 시간동안 한 사람에 관해 많은 것을 알아 볼 수 없을 것 같지만 대화과정에서 식견이나 태도는 금세 드러난다”고 말했다.

효성(004800)은 지원자의 ‘진정성’을 특히 눈여겨 본다. 류경희 효성 인사관리팀장은 “올 신입사원 공채 때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여성 지원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공업고등학교를 나와 지방대학을 졸업했지만 남자 직원도 근무하기 어려운 공장의 보전부서로 가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류 팀장은 “면접 때 본인의 명함을 직접 만들어 오거나 신문기사로 자신을 홍보하는 등 정성껏 면접을 준비해오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면접이 끝날 때까지 입사를 향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류 팀장의 조언이다. 류 팀장은 “면접시 마지막으로 궁금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볼 때가 있다”며 “이 때 자신을 잘 어필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5000만원대 국내 최고 수준의 신입사원 연봉을 자랑하며 인재 모집에 나선 현대중공업(009540)은 ‘논술형 면접’을 선호하는 편이다. 합격자들은 입사하게 된 동기와 배경이 무엇인지, 자기소개를 해보라는 식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평범한 질문 같지만 오히려 지원자들이 종종 당황한다고 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학업 이외의 활동이나 경험, 지원동기나 입사 이후의 계획에 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이를 통해 지원자의 가치관이나 입사 후 조직 적응 가능성, 성장 잠재력을 판단한다”고 귀띔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상반기 대졸공채 원서접수를 마감하고 조만간 면접을 시작한다. 현대중공업은 미래지향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의지, 강인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故) 정주영 회장의 창업정신 가진 사람을 인재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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