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국정교과서 ‘출구전략’ 고심···보류·혼용 등 대안 저울질

부총리 강행 발언에도 단일 교과서 적용 회의론
내년 3월 적용 연기하거나 국·검정 혼용안 거론
28일 교과서 내용 공개 뒤 국민 여론이 분수령
교육부 "내부적으로 우리도 반대한 사안" 발빼기
  • 등록 2016-11-27 오후 4:13:19

    수정 2016-11-27 오후 4:23:51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를 하루 앞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학생이 한국사 참고서를 고르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배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28일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오는 12월 23일까지 역사교과서 내용(현장검토본)에 대해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문제를 두고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정교과서 내용을 공개한 뒤 사회적 여론을 보고 앞으로의 행보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 보류·혼용 등 3가지 대안 거론

현재 교육부가 출구전략으로 세워둔 방안은 크게 3가지다. 지난달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교육부는 내부적으로 △국정교과서 적용 시점을 1년 연기하는 방안 △국정·검정을 혼용하는 방안 △내년 3월 일부 시범학교에 우선 적용하는 방안 등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당초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여론수렴’을 강조하는 이유는 국정교과서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 때문이었지만 현재는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상실한 상태다.

교육부로서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이 리얼미터에 의뢰,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국정화 반대여론이 62.5%를 차지했다. 찬성은 23%에 불과했다. 지난해 한국갤럽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반대여론은 반대는 13.5%포인트 상승한 반면 찬성은 13%포인트 감소했다.

교육감들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교육부가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24일 총회를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즉각 중단 △교육부장관 국정화 수정고시 등 후속 조치를 촉구하며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떠한 협조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교육감들 사이에서는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의미로 교과서 주문을 아예 취소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가 국정화 고시를 발표하기 1년 전부터 청와대가 내부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해왔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교육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전임 서남수·황우여 장관이 모두 반대했던 사안으로 사실상 청와대에 의해 추진됐다고 봐야 한다”며 “교육부도 국정화 당시 내부적으로 반대의견이 컸던 만큼 향후 정치상황에 따라 1년 보류하거나 국·검정 혼용방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매운동 예고…교학사 교과서 전철 밟을 듯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국정 역사교과서가 과거 교학사 교과서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가 1년간 공들인 국정교과서를 폐기할 가능성은 낮고, 이를 검정교과서와 혼용할 경우 ‘국정’을 채택할 학교가 거의 없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교학사 교과서는 2014년 친일·독재 미화 논란이 가열되면서 전국적으로 채택률이 0%대에 그쳤다.

학교 현장에서는 국정교과서 불매운동이 예고된 상태다. 교과서가 발행되더라도 이를 학교현장에서 사용하는 것은 막겠다는 것이다.

460여개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관계자는 “교육부가 국정교과서를 강행할 경우 학부모들은 불매운동을 벌이고 학생과 교사들은 불복종 운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부가 가장 유력하게 검토 중인 출구전략은 국·검정 혼용방안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국정교과서를 예정대로 내년에 발행한 뒤 일선학교에서 기존 검정교과서와 국정 중 하나를 선택토록 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학교별 교과서 채택은 교과담당 교사들의 추천을 받아 결정하기 때문에 현재 교육계 분위기상 국정교과서의 채택률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 와서 국정교과서를 철회할 수 없지만 향후 정국 변화에 따라 몇 가지 대안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1년간 공들인 교과서를 폐기하지 않고 이를 어떻게 학교에 적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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