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 그도 자살 결심했던 우울증 환자였다

SNS에 "우리 함께 살아보자"
  • 등록 2019-01-02 오전 10:06:06

    수정 2019-01-02 오전 10:06:06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진료 상담을 받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를 위한 마음도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그는 생전 의사인 자신도 우울증에 빠져 자살 시도까지 했다는 고백을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에 담아내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2일 “돌아가신 임세원 선생님이 저희 엄마 주치의셨다. 지금 기사 접하고 오열하신다”며 “(엄마가) 의사선생님을 많이 믿고 의지하면서 치료에 전념하셨는데, 무슨 위로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겼다.

고인과 인연이 있다는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그가 만나던 환자 분들이 남긴 글들이 그의 부재를 더 원망스럽게 한다”고 전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였던 임 교수는 지난 2016년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에 담아 펴냈다.

당시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디스크에 따른 신경성 요통으로 두 달째 집에서 누워있을 때와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을 때 자살을 결심한 적 있다고 털어놨다.

적어도 임 교수는 환자의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었다. 그는 자살 충동을 느꼈을 때 정신과 의사로서 자신에게 “어떤 처방도 내리지 못했다”며 “이발사가 자기 머리를 못 깎는 것과 비슷하다. 정작 내 문제가 되니까 두려움, 불안, 우울감이 압도했다.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과거에 환자나 그 가족에게 ‘제가 더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을 쉽게 했다. 이제 그런 말이 환자에게 사형선고와 같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의 일상은 예측할 수 없는 통증으로 파괴됐다.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두려웠다. 가족에게도 상처를 줬다”고 털어놨다.

임 교수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일상의 반복성을 회복하려고 했다”며 “고통이 심하든 덜하든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자고 식사하고 운동하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내 생활을 통해 가능한 범위에 둘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생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힘들어도 오늘을 견디어 보자고, 당신의 삶에 기회를 조금 더 주어 보자고,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라는 글로 환자를 보듬었다.

진료 상담을 받던 환자가 의사인 임세원 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지난달 31일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 교수는 예약도 없이 찾아온 마지막 환자에게 변을 당했다.

서천석 소장은 “(임 교수) 죽음의 순간이 더 마음 아프다. 예약하지도 않고 몇 달 만에 온 마지막 환자. 그 환자는 이미 살인을 결심하고 온 것일텐데…”라며 “칼을 휘두르는 환자를 피해 도망가는 중에도 다른 의료진을 챙겼단다. 그래서 결국 당한 것이라는데 참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려 사망에 이르렀다.

사건 이후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환자를 돌보닌 의료진에 대한 병원 내 폭력과 폭행, 범죄 행위를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공감을 얻고 있다.

또 SNS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에서도 임 교수를 추모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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