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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 관계자는 지난 7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직후 한 외신기자로부터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유로화 외평채 가산금리가 13bp(1bp=0.01%p), 달러화 외평채 가산금리는 25bp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축소되자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반문이었다.
기재부는 지난 7일 달러화 5억달러, 유로화 7억유로 규모의 외평채를 발행했다. 특히 유로채권은 아시아 정부 최초로 발행자금이 신재생에너지 등 그린프로젝트에 투자되는 그린본드로 발행됐다. 외평채 발행은 최종 유효주문이 달러 채권의 경우 4배, 유로채권은 6배에 이르는 등 막판까지 계속되며, 애초 내부에서 계획했던 것보다 그 규모를 늘릴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발행자의 신용도가 높을수록 낮아지는 가산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섰다.
그러나 처음부터 흥행 성공을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통상 투자여건이 좋은 9월에 외평채를 발행해온 것과 달리 올해는 10월에 발행에 나서기까지 기재부도 고민이 적지 않았다. 통상 9월은 투자자들이 여름휴가 후 투자를 재개하는 시점으로 투자 여건이 양호하다. 지난해 외평채 역시 9월 10일에 발행됐고, 기재부는 올해도 당초 9월 초 외평채 발행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9월 말 FOMC 이후 테이퍼링 외에 중국의 헝다사태와 미국의 부채한도 문제, 공급망 병목과 인플레 우려 등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시장 변동성은 예상보다 확대됐다.
입찰 초반 달러채권에 대해 아시아 투자자 주문을 받을 때만 해도 중국 국경절 휴무 영향 등에 입찰이 저조해 국제금융국 관계자들은 크게 긴장했다. 그런데 오후 유로채권 입찰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통상 발행물량 대비 유효주문이 3~4배 수준이면 양호한 입찰로 평가되는데, 유로채권 주문이 발행물량 대비 7배까지 늘어나면서 그때까지 부진하던 달러채권 주문도 동반 호조로 최대 6배까지 늘어났다.
유로채권의 흥행이 전체 외평채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다. 아시아 정부 최초로 그린본드로 발행된 유로채권의 희소성이 크게 어필했고, 그린뉴딜과 넷제로 등 적극적인 국내정책도 한국의 글로벌 기여 의지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면서 그린본드의 매력을 높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린본드는 투자수요 증가로 일반채권에 비해 조달비용이 낮은데, 유로채권의 2년 연속 마이너스 금리도 그린본드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우량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가산금리도 공격적으로 축소할 수 있었다. 유로채권 가산금리는 최초 35bp에서 당초 목표 수준이었던 15~20bp 수준으로 축소했다가 최종적으로 13bp까지 내렸다. 투자자 가운데 자산운용사 등의 비중이 높을 경우 금리 축소 시 주문 취소가 크게 발생하지만 우량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가산금리를 축소할 수 있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가산금리가 최종적으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축소되면서, 발행 직후 한 외신기자가 실무자에게 “thirty(30)가 아닌 thirteen(13)이 맞냐”고 두 번을 되묻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강한 요청으로 막판에 발행물량도 증액됐다. 당초 내부에서 계획한 발행규모는 달러채권 5억달러, 유로채권 5억유로였다. 그런데 가산금리 대폭 축소에도 다수가 주문을 유지하며 최종 유효주문이 달러 4배, 유로 6배에 이르는 등 막판까지 지속하면서 정부는 특히 우량 투자자가 많았던 유로화 채권을 7억 유로로 증액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초 계획했던 발행 시기를 연기한 뒤 예상보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정부로서도 다소 모험이었지만,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는 선택을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외평채의 진가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