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이번 판결은 아직 1심인데다 일부만 승소한 결과이긴 하지만 반도체와 백혈병의 연관관계를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산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삼성·근로복지공단측과 직원·가족들 사이에 백혈병 등의 발병 원인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해온 점에 비춰볼 때 이번 판결은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소송 외에도 삼성 반도체 온양공장 등에서 근무하다 뇌종양 등을 앓게된 근로자들도 지난 4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놓은 상황이어서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 반올림 "삼성전자·전기 근무중 발병 직원만 140여명"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진창수 부장판사)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던 중 백혈병에 걸린 직원과 유족 등 5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백혈병 진단을 받고 숨진 황모(23·여)씨 등 2명의 유가족에 대해 "삼성 기흥사업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고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을 취소했다. 그러나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의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이날 법원의 판결은 지난해 1월 황씨의 부친 황상기 씨를 비롯해 원고 5명이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이후 1년 5개월만에 나온 결정이다.
그러나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밝힌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에서 일하다 직업병에 걸린 직원 수는 140여명을 헤아린다. 이 중 47명이 숨졌다는 것이 반올림측의 설명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우리측 집계로는 22명이 발병해 10명이 숨졌으며, 5명은 완치했다"고 밝히고 있다.
◇ "7월중 발표될 재조사 결과에 주목"
이날 판결에 따라 반도체 공장과 백혈병 발병 사이의 연관관계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원고측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지난 2009년 삼성전자의 의뢰로 실시된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작업환경 역학조사를 근거로 "감광제 중 6건을 분석한 결과 모두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됐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로부터 의뢰받은 전문가집단이 지난해 7월부터 진행해온 발병 의혹 재조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조사에는 세계적인 안전보건 컨설팅 회사인 인바이론(Environ)사가 주축이 돼 해외에서는 하버드대 보건대학원·미시간대·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등의 소속 전문연구진이,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 등이 참여해 왔다.
이들은 생산라인에서 유해물질 노출 여부와 발병자와의 업무 연관성 조사 등을 벌여왔다. 특히 발병 의혹이 집중 제기됐으나 현재는 폐쇄된 반도체 3라인 등의 근무환경을 똑같이 재현해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는 시뮬레이션 조사도 병행했다.
이들의 재조사 결과는 이르면 이달말, 늦어도 다음달중에는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산재 확정 판결이 나올 경우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등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산재 소송과 함께 재조사 결과가 어떤 내용을 담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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