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피맛골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정모씨(52)는 며칠전부터 주류도매 업체에 전화거는 일이 잦아졌다. `막걸리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물량이 달릴 정도로 막걸리를 찾는 손님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장사 15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라며 "막걸리 매출이 몇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지난주 말, 주말골퍼인 김모씨(44)는 라운딩 과정에서 클럽하우스와 그늘집에서 막걸리를 여러잔 마셔야 했다. 라운딩 내내 가장 많이 화제에 오른 것이 막걸리의 항암효과이다보니 자연스레 막걸리가 주문됐다. 일부 골프장들은 골퍼들의 막걸리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막걸리 안주 재구성에 들어갔다.
막걸리가 다시 뜨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붐업이 되기 시작하며 지난해 절정을 누리다, 잠시 주춤하던 막걸리가 최근 한국식품연구원의 항암효과 입증 발표로 또 한번 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국식품연구원 식품분석센터의 하재호 박사 연구팀이 막걸리에서 항암물질인 파네졸 성분이 발견됐다고 밝힌 후, 대형마트에서 50% 이상 매출이 신장되는 등 막걸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달 15~18일 홈플러스에서 막걸리 판매량은 전주 대비 57% 늘었고, 롯데마트 역시 같은 기간 56% 판매가 늘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항암효과가 있다는 보도 이후 막걸리를 찾는 고객층이 다양해졌다"며 "항암효과가 있는 막걸리가 어떤 막걸리인지를 묻는 문의도 자주 받는다"고 전했다.
생막걸리를 생산하는 국순당(043650)의 한 관계자는 "막걸리 판매는 원래 3~4월에 성수기를 맞는다"며 "최근 등산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캔막걸리의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주말 평소보다 30~40% 가량의 매출이 향상됐다"며 "지난해 약 600억원이었던 막걸리 매출이 올해는 800억원 수준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가정용 뿐 아니라 업소용 막걸리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편, 국내 막걸리는 2009년 초 일본 수출이 확대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조명받기 시작, 그후 꾸준한 성장을 이어왔다. 2009년 약 4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막걸리 시장은 작년 약 6000억원 규모로 50% 가까이 성장했다.
작년 하반기에 성장세가 주춤하자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수출 호조세와 최근 항암효과 이슈가 더해져 다시 한번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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