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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여기에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그 옆에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등등. 한국은 물론 세계 최고의 작품들이 “국민 품으로” 돌아간다.
‘이건희컬렉션’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이건희(1942∼2020) 회장이 생전 개인소장했던 1만 1000여건, 2만 3000여점의 미술품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한다. 28일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은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 이건희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 1000여건, 2만 3000여점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에는 근대미술품 1400여점,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고미술품 2만 1600여점을 기증한다. 또 광주시립미술관과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의 연고지가 있는 지자체미술관을 비롯해 제주 이중섭미술관과 강원 박수근미술관 등 5곳의 지방 미술관과 서울대 등에 유명 작품 143점을 기증하기로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새롭게 자리를 잡을 근대미술품 1400여점에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 ‘나룻배’ 등의 명작을 앞세워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회화·드로잉이 대거 포함됐다. 여기에 세계미술사를 장식하고 있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외에도 샤갈·피카소·르누아르·고갱·피사로 등의 걸작들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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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는 국보 14건, 보물 46건 등 지정문화재 60건 등 2만 1600여점이 들어간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금동보살삼존입상’(국보 제134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고려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제2015호) 등을 비롯해 국내 ‘유일’의 문화재와 ‘최고’(最古)의 유물, 고서·고지도 등이 리스트에 들었다.
유족 측은 이번 결정을 두고 기업가이면서 예술애호가였던 이 회장의 평소 철학과 소신을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던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을 회고했다.
기대감도 내비쳤다. “대규모 지정 문화재의 국가 기증은 이번이 최초”라며 “국내 문화자산 보호는 물론 미술사 연구와 국민들의 문화향유권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