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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앞자리가 7로 바뀌는 데 7년이 걸렸다. 코스닥이 개인과 기관의 합작에 7년3개월여 만에 지수를 700대로 올려놓는 데 데 성공했다.
1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8.59포인트(1.23%) 오른 706.90에 장을 마쳤다. 이는 2008년 1월10일 713.36(종가기준)을 기록한 이후 7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전날(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하락했지만 코스닥의 최근 상승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날 개인과 기관이 각각 348억원, 609억원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들어 올렸다. 연기금 금융투자 보험 사모펀드 등이 매수에 동참했다.
코스닥지수는 연초 핀테크, 바이오 등이 불을 뿜으며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였다. 지난 2월5일 6년7개월 만에 600선을 돌파했다. 특히 정부의 금리인하 정책이 기름을 끼얹으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돈이 대거 유입됐다. 지난 9일에는 7년3개월 만에 670선을 돌파,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80조 고지를 점령하기도 했다.
과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에도 벤처기업 활성화 방안 등 코스닥시장 친화적인 정책으로 코스닥지수가 약 1년간에 걸쳐 각각 4배, 2배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코스닥시장 체질이 개선됐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한때 온갖 작전세력이 판을 치고 불공정거래가 난무하는 곳이란 이미지가 강했지만, 부실기업 퇴출로 어느 정도 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불성실공시건수는 작년 48건을 기록해 지난 2002년 이후 최저를 기록해고 코스닥업체 문제기업 단골 메뉴였던 횡령 및 배임 건수는 지난해 21건으로 2008년 93건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 2009년 2월 실질심사 도입 이후 부실하거나 불건전한 기업을 바로 퇴출한 결과, 상장폐지 기업수는 작년 15개사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주로 코스피에 상장된 대기업의 납품기업 중심이었던 코스닥업체가 바이오, 헬스케어, 모바일게임 등 성장업종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점도 코스닥 랠리의 원동력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 2001년에만 해도 통신서비스와 통신장비 등이 시가총액 상위를 절반 이상 차지했고, 2005년에는 IT부품과 인터넷 업종이 주였지만 올해에는 바이오와 헬스케어가 17.2%, 문화콘텐츠 산업이 8.6%로 미래 신성장 산업 비중이 확대됐다.
코스닥의 가장 기본적인 체질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 실적도 개선세다. 영업이익은 2005년 3조원에서 작년 5조원으로 72.3% 증가했고, 업체당 평균 영업이익도 10년 전 39억원에서 작년 59억원으로 52.3% 늘었다.
이날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우량기업에 대한 상장유치, 시장활성화를 위한 모두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며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또한 회복되면서 코스닥지수가 700포인트를 넘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코스닥 랠리는 코스피 대비 안정적인 기업실적 전망에 따른 펀더멘털에 기반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코스피 대비 코스닥의 상대 주가수익비율(P/E)이 2004년 이후 최고치에 도달할 정도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져 랠리 둔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