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더뷰]'아름다운 변제' 가수 인순이가 노후 걱정하는 사연[영상]

  • 등록 2023-06-09 오후 4:19:25

    수정 2023-06-09 오후 4:38:17

[이데일리 허민녕 기자]

올해로 개교10주년을 맞이한 해밀학교 설립자 가수 인순이


무슨 ‘짤’처럼 돌아다니는 때문에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연예인 기부 순위’에 그가 누락돼 있는 건 유감이다. 사실 ‘오피셜’도 아닌 그런 랭킹 있는 줄도 모를 확률이 더 높은, 지난 10년간 그리고 앞으로도 쭉 명예보다 더 크고 무거운 의무와 책임에 눌려 어쩔 땐 “자다 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지만 힘들어도 공부시켜야지 어떡해 그럼 그에게서 고단한 어느 날의 엄마 얼굴이 겹쳤다.

가수 인순이는 다문화 또 이주 배경 청소년이 6할 정도를 차지하는 대안중학교 ‘해밀학교’를 10년째 운영 중이다.

학교 이사장인 건 맞는데 들여다보면 ‘같은 직함 완전 다른 느낌’이다. 학교 설립 이후 지금껏 이 학교는 ‘완전 무상’이었다. 여기에 학기 내 ‘전원 기숙’이 더해진다. 학비도 안 받고, 대안학교라 이렇다할 ‘공적 지원’도 크게 없었고 그럼 이걸 누가 다 감당했나. 인순이는 “기적”을 언급했다.

“(학교 운영을 감당하는 게) 숨이 찰 정도로 정말 목 끝까지 차서 어머 나 이제 못 하겠어 이럼 딱 그만큼 후원이 들어와요. 그걸 여러 번 느꼈어요.”

정기 후원자의 숫자를 알고, 기업 후원도 간혹 있다지만 그게 인건비 충당도 못한다는 걸 분기마다 수십 쪽으로 발간되는 학교 운영현황만 봐도 안다. 이건 무슨 ‘사서 고생’인가.

가장 진심 어린 선행가운데 하나는 ‘나는 이랬으니 너는 그러지 말았으면’ 일종의 대물림을 끊고자 애쓰는 일련의 사회적 실천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다문화 출신으로 어린 시절 적잖은 마음 고생 그로 인한 긴 방황을 거쳤다는 인순이는 “널 알아주는 누군가 네 곁을 지켜준다면 그때 나보단 조금 낳겠지” 10년 전에도 지금도 그저 그 믿음 하나만 갖고 있다 했다.

그건 한편으로 당신이 믿고 있는 신이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 가수 인순이로 살게 했을까, “무려 46년을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팬들” 그 감사함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세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변제’도 있다.

해밀학교 개교 10주년 기념식 참석차 멀리 강원도 홍천까지 갔을 때 이사장 김인순을 운동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어느 대학 신축 단과 건물처럼 멋지게 지어진 학교 내부에 ‘이사장 방’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학교에 오면 가수 인순이는 식당에서 양파를 까고, 교무실에서 수다를 떨며, 당직실 옆 침대 하나 놓인 허름한 방에서 새우잠을 잔다. 그는 “가장 아래가 제일 편하다”고만 했다.

지금은 펜션이 된 한옥집 그 옆 헛간을 개조해 전교생 6명으로 시작한 학교가 “어쩌다 이렇게 커졌는지” 한숨이 더 깊게 들린다. 그리고 “이건 정말 솔직한 얘기”인데 “가난해지진 말았으면 좋겠다. 다 내주어 내게 없어서 나이 들어 초라 해지고 싶진 않은” 60대라니? 깜짝 놀라게 되는 인순이의 “진짜 인간적인” 걱정도 들을 수 있었다.

인순이는 지금 산티아고에 있다. 순례길을 떠났다. 800킬로를 걸으려면 “내년에도 이 체력이 남아있을까” 그래서 “지금이어야” 했다고 한다. 또 ‘사서 고생.’ 가수 인순이는 이렇게만 말했다. “나도 몰라요, 왜 그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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