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읽어주는 남자]박희태 석좌교수의 '부끄러운 2시간'

전반 9홀 2시간 동안 6차례 캐디 성추행
가슴·엉덩이 만지고, 입맞춤 요구도
건국대 석좌교수 연임 결정으로 구설수
  • 등록 2015-03-16 오후 2:51:04

    수정 2015-03-16 오후 2:58:01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2014년 9월11일 강원도의 한 골프장. 여든을 눈앞에 둔 노(老) 골퍼가 20대 초반 여성 캐디를 상대로 부끄러운 성추행 행각을 처음 벌인 것은 오전 8시40분이었습니다. 일행 3명이 없는 틈을 탄 노 골퍼는 1번홀에서 캐디에게 골프채를 건네주면서 왼쪽 팔뚝을 주물렀습니다.

30분 뒤에는 더 과감해졌습니다. 같은 날 9시23분께부터 9시30분사이 이 노 골퍼는 4번홀 벙커 부근에서 일행들의 공을 찾아주고 있는 캐디 옆으로 다가가 허리를 감고 가슴을 만졌습니다. 10시5분 경 캐디와 단둘이 카트를 탄 노 골퍼는 “니가 뽀뽀를 안해서 공이 안 쳐진다”며 입술을 내밀며 추파를 던졌습니다. 10시18분께에는 카트를 운전 중인 캐디의 오른쪽 허벅지를 만졌습니다.

전반홀이 끝나가고 있었지만 노 골퍼의 추행은 멈출 줄 몰랐습니다. 10시35분께 노 골퍼는 9번홀 중간 쯤에서 골프채를 건네주던 캐디의 가슴을, 같은 홀 그린 옆에 세워둔 카트 뒤에서는 골프채를 정리하던 그의 엉덩이를 만졌습니다. 2시간 넘게 수차례 성추행을 당한 캐디는 결국 전반홀 종료 후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박희태 새누리당 상임고문/ 이데일리DB
상상만 해도 낯이 뜨거워지는 행동을 한 노 골퍼는 제18대 국회 후반기 의장을 맡았던 박희태(77) 새누리당 상임고문입니다.

박 고문은 지난해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위 상황은 박 상임고문의 1심 판결문을 토대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범죄 사실을 적시한 내용이 낯뜨거울 정도로 너무 적나라해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표현 등을 순화했습니다. 물론 박 고문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입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사건이 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박 고문이 지난 1일자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연임 위촉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2013년 건대 석좌교수로 임용된 박 고문은 그동안 1년 단위로 재위촉됐습니다.

사실 박 고문이 2013년 처음 석좌교수 위촉될 때부터 잡음이 많았습니다.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정당법 위반)로 기소돼 2012년 항소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입니다.

건국대 측은 “박 고문이 2013년 1월에 사면·복권 됐으니 위촉에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박 고문은 석좌교수라는 명함만 있었을 뿐 그동안 학생들의 반대로 단 한 번도 강단에 서지 못했다고 합니다.

정당법 위반에 성추행까지 더해진 박 고문의 재위촉 소식에 학생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건대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는 “성추행을 인정한 박 석좌교수에 대한 징계는 고사하고 재임용 결정한 것은 1만6000명의 학우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분개했습니다. 박 고문이 성추행했던 캐디는 공교롭게도 20대 초반, 딱 대학생 나이입니다.

대학은 항변합니다. “석좌교수는 우리가 박 고문에게 직접 부탁드린 부분이다. 부탁드린 우리가 연임 위촉을 거부하기도 입장이 그렇다”며 “위촉 기준만 따진다면 현재 항소심 판결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최근 대학가는 연이은 교수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현직 서울대 교수가 상습강제추행 혐의로 처음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교육부는 교육공무원 성범죄 관련 징계를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가 성추행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옵니다.

건국대와 박 고문이 사전에 만나 석좌교수 재위촉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면 어땠을까요? 무보수에 명예직인 석좌교수 자리 때문에 대학도 박 고문도 잃은 것이 많아 보입니다. 대학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추행과 관련해 한 층 더 엄격해진 여론을 읽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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