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구하려다 목숨 잃은 학회장…애도 물결 이어져

사고현장 벗어난 뒤 후배 살리기 위해 다시 들어가
“열심히 하고 싶다” 숨진 새내기 글 안타까움 더해
구조대원 “학생들 발 벗고 나서 인명 피해 줄었다”
  • 등록 2014-02-18 오후 4:22:23

    수정 2014-02-18 오후 4:22:23

[이데일리 신하영·박보희 기자] 대학생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참사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후배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진 한 선배의 사연과 이번 사고로 숨진 새내기의 글 등이 전해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8일 부산외대 미얀마어과와 유가족 등에 따르면 이 학교 미얀마어과 학회장인 양성호(25)씨는 지난 17일 행사 중 강당 천장이 무너져내리자 주변에 있던 신입생들에게 “뛰어”라고 외친 뒤 대피했다. 후배들과 함께 사고현장을 벗어난 양씨는 몇몇 후배가 보이지 않자 이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사고 현장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양씨는 추가 붕괴로 무너진 철골 구조물에 깔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양씨뿐만 아니라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은 모두 한 명이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현장에서 구조된 신입생 이연희(19)씨는 “가슴에 내려앉은 철골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어 정신을 잃으려 할 때 선배 6명이 다가와 이름을 물으며 손을 잡은 채 ‘정신차려’라고 말해줬다”며 “선배들 소리가 들릴 때마다 정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당시 사고현장에서 대피한 학생들은 미처 밖으로 나오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창문을 깨고 들어가 부상자를 밖으로 옮기는 등 필사적인 구출 작업을 벌였다. 경북소방본부 소속 구조대원들은 학생들이 무너진 건물 안에 있는 동료들을 구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면서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소방구조대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해보니 남학생들이 무너진 앞쪽 천장을 함께 들어 올리며 부상자들을 꺼내려고 시도했다”며 “제설되지 않은 도로에 구급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학생들이 이불에 부상자들을 옮겨 구급차까지 날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신입생 문규화(19)군은 “갑자기 체육관 전구가 터지면서 천장이 내려앉아 뒷문으로 피했다”며 “밖에서 대피한 다른 학생들이 유리창을 깨면서 안에 있는 학생들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부산외대 학생 9명 가운데 6명은 신입생이다. 특히 목숨을 잃은 새내기 중 한 명인 부산외대 아랍어과 14학번 고혜륜(19·여)양이 남긴 글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고씨는 지난 6일 학과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면서 “매력 포인트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은근히 허당끼가 있다. 잘 까먹기도 해서 그런 것 같은데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새내기의 풋풋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아랍어과에 합격시켜주셔서 감사하다. 쉽지 않은 언어인 만큼 열심히 해서 회화도 빨리하고 싶다”며 “선배님들께서 조금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연이 전해지자 포털 웹사이트에는 네티즌들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외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과 가족들에게 위로와 조의를 표한다는 추모 서명에는 네티즌들의 발길이 줄일 잇고 있다. 이들은 댓글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좋은 곳으로 가서 아파하지 말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한편 부산외대는 사고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사고대책본부를 차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학교 캠퍼스에는 합동분양소가 설치됐다. 이 학교 정해린 총장은 이날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사죄의 말씀’이라는 글에서 “머리 숙여 죄송한 말씀을 올립니다. 참사를 당한 학생들에 대해 향후 대학이 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또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부모님들과 학생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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